우리의 말초적인 감각에 가장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영화 장르가 바로 액션이다.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금세 심드렁해지고, 새로운 자극을 찾는다. 그러나 하늘 안에 새로운 게 어디 있나. 모방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발전시키고 또 하나의 국면을 만들어내는 액션영화의 계보는 언제나 복잡하고, 뿌리없는 창조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자신의 취향을 부담없이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선배와 동료를 모방하며 경의를 표하는 액션영화의 어떤 경향은 유쾌하고 거리낌없다. 그처럼 안하무인에 유아독존하는 마음으로 21세기의 액션 명장면을 꼽아봤다. 아무리 흠을 잡으려야 찾을 수 없는 걸작도 있고, 액션 말고는 뭘 봐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 쾌감만큼은 보기 드물게 거침없는 졸작도 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대체 언제’라는 마음이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각기 이 시대 액션의 어떤 경향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목록이 되었으면 한다. 리스트가 불만인 많은 분들은 개인적인 목록을 꼽아보는 기회로 삼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