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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케이크 같은 멜로디의 향연

<Drastic Fantastic> KT 턴스톨/ EMI 발매

여기 끈 두개가 있다. 한쪽 끈에 적힌 이름은 OK 고, 릴리 앨런, 폴 포츠 등이다. 다른 쪽 끈에는 셰릴 크로, 앨라니스 모리셋, 폴라 콜, 사라 맥라클란, 리즈 페어 등의 이름이 적혀 있다. 첫 번째 끈에 적힌 것들은 21세기에 인터넷을 통해 벼락 스타로 떠오른 이들의 이름이다. 다른 쪽 끈에 적힌 이름은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얼터너티브한 전성시대’였던 1990년대 초·중반에 활약했던 이들이다. 이 끈 두개를 날줄과 씨줄처럼 십자 모양으로 겹쳐놨더니 겹친 부분에서 이름이 하나 떠오른다. 노라 존스? 다이도? 아니다. KT 턴스톨(KT Tunstall)이다.

스코틀랜드 출신 뮤지션 KT 턴스톨의 성공 스토리는 휴대폰 외판원 출신 테너 폴 포츠와 더불어 다른 분야의 늦깎이들에게도 희망을 안겨준다. 1975년생으로 올해 서른셋이 된 그녀는 10대 때부터 곡을 쓰기 시작해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웠고, 20대 대부분을 실업수당을 받는 무명 뮤지션으로 보냈다. 2004년에 데뷔작 <Eye To The Telescope>를 발표했지만 반응은 썰렁했다.

그때 기회가 찾아왔다. 토스카니니가 그랬듯 턴스톨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출연 직전 펑크를 낸 힙합 뮤지션 나스(Nas)의 ‘땜빵’으로 <BBC>의 TV쇼 <Later With Jools Holland> 무대에 서게 됐고, 그녀는 거기서 기타와 루프 페달(페달을 통해 녹음한 소리를 무한 재생하는 이펙터)로 <Black Horse And The Cherry Tree>를 불렀다. 무대에는 마법이 걸렸다. 다음날 인터넷은 난리가 났다. 재발매된 데뷔작은 영국 앨범차트 3위로 뛰어올랐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캐서린 맥피(Katharine McPhee)가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그녀의 곡을 부르며 몇 천만 시청자에게 공짜 홍보를 했고, 미국에서도 플래티넘을 따냈다. 그리고 두 번째 음반이다.

<Drastic Fantastic>은 데뷔작을 통해 짐작해볼 수 있었던 몇 가지 방향 중 제일 대중적인 쪽으로 눈길을 돌린 음반이다. 라틴 리듬을 섞은 뒤 그루비한 리듬을 털어내는 <Hold On>이나 공원에서 조깅하는 누군가의 아이포드에 들어가는 게 어울릴 것 같은 <Saving My Face>, 1990년대 모던 록밴드의 중흥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시감을 안겨주는 <Little Favours> 같은 곡들은 모두 데뷔작의 울적한 느낌을 지운 뒤 딸기 케이크 같은 멜로디를 덧씌우고 앰프 볼륨을 살짝 높인 결과물이다. 그런 연유로, 전체적인 인상에서 <Eye To The Telescope>가 ‘사색적이고 개인적’이었다면 <Drastic Fantastic>은 ‘외향적이면서도 집단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어느 쪽이건 간에 흔히 말하는 ‘진심을 담은 노래들’의 범주에 넣기에는 별 부족함이 없다. 1970년대 공상과학영화 스타일의 커버 사진과 음반 제목에서 그 ‘진심’을 짐작하긴 좀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뚜껑을 열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