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고어 버빈스키 감독이 부산을 찾았다. 할리우드에서 잘나가는 블록버스터 감독이 바쁜 시간을 쪼개 머나먼 곳에로 찾아온 건 뭔가 긴박한 용건이 있기 때문 아닐까. 게다가 아시안필름마켓에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먼저 밝혔다니 사정이 궁금하다. “첫째 이유는 한국영화의 팬으로서 한국 영화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그의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은 어느 날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스탭으로부터 <올드보이> DVD를 전달받으면서 시작됐다. 그는 이 영화에 충격을 받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한국영화를 본격적으로 주목하게 됐다. 그는 부산에 들르기 전 “가족이라는 요소를 결합해 진일보시킨 괴수영화” <괴물>의 봉준호 감독과 만나 한국영화의 생산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고, 부산에 와서도 10월9일 양자경 등과의 라운드 토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나타난 아시아의 형상들’에 패널로 참여한 것을 제외하면 거의 매 순간 한국과 아시아의 감독, 프로듀서들을 만나 한국영화의 생산 시스템에 관한 궁금증을 캐묻고 있다. 한국영화의 장점에 관해 그가 얻은 결론은 “할리우드는 영화의 소재를 ‘남획’한 탓에 시리즈영화가 양산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한국은 프로듀서가 감독과 작가로 하여금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도록 독려하고 지원하는 듯하다”는 것. <괴물>과 <올드보이>의 “송강호와 최민식과 꼭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버빈스키는 <행복>의 임수정과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손예진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캐리비안의 해적> 4편에 관해서는 “조니 뎁, 제리 브룩하이머와 이야기해봐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제 다른 것을 하고 싶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