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의 독주가 지속되던 영상통화 CF에 드디어 T가 맞불을 놨다. ‘SHOW를 하라’라며 말 그대로 쇼를 하는 광고들이 대규모 물량공세와 맞물려서 폭발적 반응을 얻어낸 지난 몇달간, CF계는 SHOW의 시대였다. 이를 가만두고 볼 수 없었던 T는 ‘영상통화 완전정복’이라는 캠페인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고, SHOW는 또 이에 맞서 ‘대한민국 보고서’라는 캠페인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언제나 라이벌전은 재미있지만 더욱이 재미있는 것은 이 두 경쟁사의 CF가 모두 영상통화와 관련된 실사용자들의 여러 가지 행태를 보여주는 유사한 형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T의 경우는 ‘완전정복’이라는 이름하에 영상통화 대처 노하우를, SHOW는 영상통화를 적절히 활용한 코믹 사례들을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보여준다. 두 캠페인 모두 영상통화와 관련된 ‘생활의 지혜’ 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급속히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서비스의 실사용자가 미비한 상황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적절한 선택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런 비슷한 형식을 가진 이 두 라이벌 CF 캠페인은 또한 결정적으로 매우 다른 지점에 서 있다. 결정적으로 갈리는 지점은 바로 ‘공감대’다.
일찍이 SKT는 현대생활백서라는 광고 캠페인을 통해 1인 1휴대폰 시대에 휴대폰을 통해 바뀌어가는 생활방식에 대한 공감을 젊은 감각으로 콕 집어내어 성공했던 전력이 있다. 그래서 이번 완전정복 시리즈도 꽤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며 실제 형식은 예전 캠페인과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이번 완전정복 시리즈는 핵심이 빠져 있다. 보는 이 끄덕끄덕하며 웃게 만드는 힘이 너무 약한 것이다. 자다가 전화가 오면 3초 안에 얼굴을 단장하고, 작은 얼굴을 위해 팔을 쭉 뻗고, 맨 얼굴일 땐 입김으로 뽀샤시 효과를 만들고, 흩날리는 긴 생머리를 연출하고. 모두 재밌고 재기발랄하긴 하다. 그러나 보는 이들은 과연 공감할 수 있는가? 오히려 그런 난감한 상황에는 영상통화로 받지 않고 목소리로만 통화하는 것이 보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닐까? 또한 CF 소재가 ‘영상통화의 난감한 점’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문제다. 영상통화가 나온다고 했을 때 다들 한번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는데 전화가 오면 어떻게 하냐’는 의문을 가져봤을 것이다. 이제 막 사용자를 늘려야 하는 시작 단계에서 영상통화 서비스의 난감한 점들을 부각하는 광고 캠페인이 필요했을까. 써보질 않았는데 카메라에 얼굴이 크게 나오는지 이상하게 나오는지 알게 뭔가. 이 캠페인은 대부분의 이들이 영상통화를 이용하고 있는 나중의 상황에서 더 적절해 보인다. 덧붙여 완전정복에서 가르치고 있는 생활의 지혜라는 것이 여자들의 외모에만 한정되어 있다는 것도 마음 불편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 전화통화를 할 때조차 선풍기로 흩날리는 머리를 연출해야 할 만큼 얼굴과 몸에 신경 써야 한다면 나는 절대 영상통화 서비스를 받지 않을 것 같다. 세상에 안 그래도 신경 쓸 일이 얼마나 많은데!
SHOW의 대한민국 보고서는 이런 함정들을 똑똑하게 피해 오히려 예전 SKT의 현대생활백서의 장점을 계승한 캠페인처럼 보인다. 아예 CF의 도입부에 통계자료를 제시하고 있을 법한 에피소드들로 보는 이를 자극한다. 아픈 척하는 아이 덕에 일찍 퇴근하는 엄마, 떨어져 있는 아들과 통화하며 고장난 TV 옆에서 ‘연속극 옆집 가서 본다’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코믹한 에피소드들은 킥킥 웃으면서 ‘영상통화 괜찮겠는데!’라는 보는 이의 공감대를 끌어올린다(개인적으로 야근하는 아빠 편은 조금 재미가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 실제로 최근 아이를 낳은 지인은 고향에 계신 부모님에게 손녀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자기와 부모님의 휴대폰을 모두 영상전화폰으로 바꿨다고 한다. 이 보고서 캠페인은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긍정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 두 캠페인은 공감대의 수위가 그래서 다르다. 한쪽은 재기발랄하고 세련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눌렸던 것 같고, 한쪽은 영상통화의 긍정적 측면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앞으로 더 많은 에피소드들이 남아 있는 캠페인들이기에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어쨌든 지금까지는 SHOW가 앞서고 있는 양상이다. T, 명성에 걸맞게 분발해주시길. 그래야 또 보는 이가 즐겁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