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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폿 인터뷰]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을 때 작품을 만든다”
글·사진 강병진 2007-10-03

2007 인디애니페스트 초청으로 방한한 타이의 애니메이션 감독 위스트 폰미니트

작고 귀엽고 소박하다 못해 앙증맞다. 2007 인디애니페스트가 초청한 타이의 젊은 애니메이터 위수트 폰미니트 감독의 단편들은 때로는 명랑하고, 때로는 가슴시린 이야기들을 쉴새없는 움직임과 대사들로 구성한다. 여자친구가 선물한 티셔츠가 너무 작아도 옷을 자르는 대신 자신의 머리를 잘라서 입는 남자. 궤도를 잘못 짚어 지구와 충돌하게 된 혜성과 지구인의 슬픈 사랑 이야기 등 그의 이야기는 초현실적이면서도 유머스럽고, 슬프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그는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농담이 자유로운 곳 같아서 즐겁다”고 말했다.

-혹시 속담이나 격언을 좋아하지 않나. 작품의 주제들이 대부분 ‘고집부리지 마라’, ‘지금이 끝이 아니다’라는 식이더라. =나는 보통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을 때 작품을 만든다. 내가 실수를 하거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 상처를 받을 때 그리는 작품들은 나에게 긍정적인 힘을 실어준다. 작품의 메시지를 격언처럼 느낀 것은 그런 이유인 것 같다.

-지면만화의 그림체를 그대로 애니메이션에 옮긴 것 같다. 그런 스타일은 어떻게 개발한 건가. =초등학생 때 다카하시 요이치의 <캡틴쓰바사>를 즐겨 읽었다. 이야기도 재밌지만 아무 생각없이 따라 그려보고 싶더라. 같은 반 친구랑 누가 잘 그리는지 경쟁도 했다. (웃음) 그리고 대학생 때는 앙리 툴루즈 로트레크라는 인상파 화가를 알게 되면서 그림에 나타난 여자의 모습이나 옷, 라인에 상당히 큰 인상을 받았다.

-지면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하는 즐거움이 각기 다르지 않을까. =사실 나는 애니메이션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독자가 영상을 보는 시간을 마음대로 정할 수 없고, 움직임을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관객과 내가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는 장점이 크다. 특히 애니메이션은 극장에서 내가 라이브로 음악을 연주할 수 있기 때문에 즐겨 만든다.

-일본과 방콕에서 활동하고 있다. 방콕에서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장·단점도 있을 텐데. =하는 사람도 적고, 그래서 성장하기가 어렵다. 애니메이션은 거의 돈이 안 된다고 보면 된다. 나 역시 일본에서 소개되고, DVD도 나왔지만 큰 돈을 벌진 못했다. 오히려 클럽이나 미술관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는 게 생활에 보탬이 된다. (웃음)

-다음 작품을 계획하고 있는 게 있나. 혹시 또다시 당신이 실수하고 고통스럽기를 기다려야 하는 걸까. =설마…. (웃음) 애니메이션은 꾸준히 만들겠지만, 아직 다음 작품은 구상하지 못했다. 일단 내년은 데뷔한 지 10주년 되는 해라 나름의 이벤트를 가질 생각이다. 예전의 음악친구들을 모아서 다시 공연을 할 것이다. 그림 그리는 것도 좋지만 공연장의 분위기도 나에게는 큰 기쁨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