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치열한 경선 결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권주자로 나서게 되었다. 이 전 시장은 자신의 이미지를 강력하게 치장하는 방법으로 주로 토목사업을 들고 나온다. 서울시장 때는 청계천 복원으로, 이번에는 경부운하가 그렇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건설업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아직도 대토목공사가 많은 고용기회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이번 공약에서도 여지없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을 대토목공사에 기대는 일은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나라가 언제까지나 공사판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건설업하기 좋았던(?) 박정희식 개발독재의 호시절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전 시장은 다시 한번 경부운하를 구상하며 한반도를 연결하는 스케일 큰 공약을 내걸었다. 스케일이 큰 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게 마련이고, 바로 그 강렬한 인상을 자신의 이미지로 포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가 서울시장 시절에 공약으로 내건 청계천 복원 계획은 실패했다는 것을. 청계천은 새로운 장소성을 얻은 것이지 결코 복원되지 않았다. 우리가 복원되길 원했던 청계천은 지금 맑은 수돗물이 흐르는 청계천 밑에서 썩은 악취를 풍기며 그대로 흐르고 있다. 저돌적인 토목가로서 이 전 시장은 청계천을 복원하는 것과 청계천을 새로 만드는 일 중에서 당연히 새로운 청계천을 만드는 방법을 택했다. 왜냐하면 그게 더 쉽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이 청계천 복원보다 경부운하 건설이 더 쉽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에는 그런 맥락이 숨어 있다. 이 전 시장에게는 청계천을 복원하는 것과 새로 만드는 것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이 경부운하 건설을 들고 나올 때, 같은 건설업계 종사자 출신으로 내가 제일 처음 한 걱정이 그것이다. 청계천을 덮어버렸듯 편의에 의해서 또 무엇을 덮을지 모르는 일이다.
경부운하 계획의 뼈대는 낙동강과 한강을 가로막는 조령산맥에 터널을 뚫어 한강과 낙동강을 잇고, 그 물길을 통해 서울과 부산 사이의 화물을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이명박 전 시장은 운하가 완성되면 2 500t에서 5천t급짜리 바지선이 수백개의 컨테이너선을 잇고 운하 위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국민 1인당 소득이 1만달러에서 4만달러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렇게 될까? 나는 회의적이다. 경부운하계획에는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무리수가 곳곳에 있다. 댐을 또 만들어야 하고, 곳곳에 갑문을 설치해야 한다. 운하를 레저관광 사업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말도 단순한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관광과 레저는 3천t 규모의 바지선이 들락거리는 풍경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또한 살풍경한 일이다. 골재를 채취해 공사비를 충당한다는 계획도 터무니없다. 왜냐하면 건설경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8조6700억원어치의 골재가 생산된다고 가정하면 그걸 소비하기 위해서도 (비약하면) 또 다른 토목사업을 벌여야 한다. 게다가 골재 채취로 인한 환경 파괴로 발생하는 손실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차라리 나는 그 돈과 정열로 철도를 생각해보자고 권하고 싶다. 한번 점검해보자. 운송비는 운하가 제일 싸고, 철도가 그 다음으로 싸며, 도로가 가장 비싸다. 시간은 운하가 제일 많이 걸리고, 철도와 도로는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다. 화물 적재량은 철도가 가장 많은 화물을 싣을 수 있고, 운하가 그 다음이며, 도로가 가장 적다. 그렇다면 가장 적절한 운송수단은 철도다. 우리의 철도는 일제강점기에 수탈용으로 만들어진 골격을 그대로 쓰고 있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대구에서 기차를 타고 강릉까지 가는데 3번을 갈아 타야 한다). 새롭게 개선해야 할 여지가 많다. 물류수송에서도 철도는 그 효과가 운하수송보다는 양과 시간에 있어서 월등하다. 더군다나 통일 이후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연계하면 그야말로 경제·문화·사회적으로 철도혁명이 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에서 유럽으로 20피트 컨테이너를 운송할 경우 철도가 해운보다 14~15일 단축되며 운송요금도 컨테이너 운송비용(1TEU)당 최대 200달러 저렴해져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높아진다. 이렇듯 철도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막대한 돈을 써가면서, 더구나 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운하를 건설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철도를 건설하려면 물론 막대한 토지보상비용이 들지만, 지금 우리에게 왜 그런 무리한 운하가 필요한지도 치밀하게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