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드라마 시리즈 남우주연상 부문은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었다. 2006년에 이미 수상한 바 있는 <하우스>의 휴 로리는 물론이거니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그레이 아나토미>의 패트릭 뎀시, 영화 <트위스터>로 더 잘 알려진 <빅 러브>의 빌 팩스톤 그리고 2002년 이미 같은 상을 받았던 미드계의 최고 스타 <24>의 키퍼 서덜런드가 후보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과 함께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낯선 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마이클 C. 홀이었다.
10편이 넘는 오프 브로드웨이 작품에 출연한 베테랑 배우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우리 나이로 31살이던 2001년이었다. 2005년까지 방영된 <식스 핏 언더>라는 장의사 집안 이야기를 다룬 미드에 주연으로 출연해 호연을 펼치면서였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장의사업을 떠맡은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에서, 마이클은 자신이 게이임이 알려질까봐 전전긍긍하는 둘째아들 역을 훌륭히 소화해내면서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2003년에는 나름 블록버스터 성격을 띤 영화 <페이첵>에 출연하면서 활동범위를 넓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신출내기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던 홀에게 골든글로브 후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준 작품은 <덱스터>였다. <덱스터>는 ‘연쇄살인마를 잡는 연쇄살인마’라는 톡득한 설정으로 인해 제작 단계부터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던 <쇼타임>의 야심작이다. 스릴러 팬들의 열광적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19금 드라마로 충분히 과감하게 만들어진 것이 주효해, <쇼타임>이 직접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 중에서는 역대 최대의 시청자를 확보했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이런 성공의 한축에는 스릴러 팬들을 제작 전부터 덱스터라는 캐릭터의 팬으로 만든 원작 추리소설이 있었다.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원제 Darkly Dreaming Dexter)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원작 소설은 제프 린제이라는 필명의 작가(본명 제프리 P. 프룬디치)가 2004년 출간한 이른바 ‘덱스터 시리즈’의 첫 작품이었다. 출간 당시 ‘연쇄살인범을 잡는 연쇄살인범 이야기’를 주인공인 연쇄살인범의 시각에서 경쾌하게 그려낸 점에서 호평을 받았고, 그해 추리소설계의 아카데미라고 할 수 있는 ‘에드거상 생애 첫 소설부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뒤에 작가가 본명으로 90년대에 몇권의 추리소설을 출간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수상이 취소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놀라운 것은 훌륭한 원작을 기반으로 했지만, 결과물이 원작을 능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법의학수사 요원인 덱스터의 직업과 그의 살인행위간의 간극을 뛰어난 영상으로 연결시킴과 동시에 덱스터가 쫓는 ‘아이스트럭 킬러’라는 또 다른 연쇄살인범과 덱스터간의 관계를 좀더 명확하게 처리한 것이 원작에 더 큰 힘을 실어주었던 것이다. 거기에 밝음과 어두움을 동시에 지니면서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독특한 덱스터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홀의 호연도, 그런 평가를 만들어낸 큰 힘이 되었다.
이렇게 원작, 연출, 연기의 삼박자가 완벽히 조화를 이룬 <덱스터>는 12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시즌1이 끝나자마자, 시즌2의 제작에 들어간 상태다. 그런데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시즌2는 원작 ‘덱스터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원제 Dearly Devoted Dexter)나 얼마 전 출간된 세 번째 <어둠 속의 덱스터>(Dexter in the Dark)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덱스터> 팬들은 9월30일 예정인 미국 내 시즌2 방영 개시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런 그들에게 지난 7월 중순 인터넷에 유포된 시즌2의 첫 2개의 에피소드는 아마도 가뭄 끝의 단비와 같은 역할을 했을 것이다. 비록 그 에피소드들을 공유하는 것이 불법이기는 하지만, 조금이라도 먼저 매력 덩어리 덱스터의 새로운 살인행각에 빠져들 수 있다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