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미-‘개미요정 두 번째 이야기’전 8월29일~9월4일/ 갤러리 우림
이보다 재밌을 수 있을까. 나들이에 나선 개미요정과 고양이가 한바탕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스릴 넘치는 탐색전은 톰과 제리를 닮았다. 신선미의 작품이 유독 보는 이를 매혹시키는 특별한 이유, 첫 번째는 바로 ‘유쾌한 긴장감’이다. 전혀 부담스럽거나 무겁지 않다. 간결하면서도 산뜻한 이야기 구조가 보는 맛을 더한다. 겉으로는 단순히 잊혀져가는 전통 채색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현했다고만 보일 수 있지만, 결국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룬 감칠맛 넘치는 이야기 그리고 무릎을 치게 하는 해학미’ 등이 신선미 작품만이 가진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신선미 작가의 이름은 낯설다. 하지만 그녀의 그림은 이미 유명하다. 소설가 황석영의 신작 장편소설 <바리데기>. 최근 김훈의 <남한산성>에 이어 가장 큰 화제를 뿌리고 있는 베스트셀러 중 하나다. 특히 유수의 많은 일간지 전면에 지면광고까지 실리는 바람에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그 <바리데기> 소설을 기억해낼 때 여느 이미지 광고가 거의 그렇듯, 내용보다는 여린 소녀의 전신 초상화가 먼저 떠오른다는 것. 그 여인이 바로 ‘구박덩이로 버려진 딸이 서천을 다녀오면서 천신만고 끝에 얻은 생명수로 부친을 살려낸다는 설화 속 인물’인 바리(데기)이다. 역시 같은 이미지가 소설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순결한 눈매에 간난을 겪어 슬픔이 배어 있는 너무나 매력적인 ‘바리’의 초상화가 바로 신선미 작가가 그린 것이다.
신선미 작품의 변화과정은 무척 흥미롭다. 전체적으론 액자소설식 형식으로 출발한다. 제각각 독립성을 띠면서도 한데 모으면 큰 줄거리로 모아진다. 요즘은 개미요정과 고양이의 숨바꼭질 혹은 둘의 팽팽한 신경전을 재치있게 풀어내고 있다. 그녀의 그림에선 서로가 주인공이다. 실타래처럼 얽힌 화면 속 주인공의 표정은 그 사연만큼 다양하고, 주변의 재미난 상황설정은 더없이 친숙하면서도 편안하다. 채색화면서도 공필화 못지않은 정밀한 선묘와 겹겹이 중첩됐으면서도 투명한 색감은 신선미 작품의 또 다른 힘이 된다.
“‘신선미’라는 이름처럼 그림으로 관객에게 신선(新鮮)한 감흥을 불러일으켜 따뜻한 웃음과 감동을 주는 작가로 비쳐지길 바랍니다. 평범한 삶이지만 그림을 통한 노력의 결실로 작은 기적을 맛보며 살아가는 과정이 곧 행복한 삶의 큰 힘이겠죠.”
이번 전시는 바로 개미요정과 고양이의 본격적인 라운딩을 보여준다. 요정의 모습은 영락없이 호기심어린 사춘기 소녀와 닮았다. 아직 때 묻지 않은 맑은 영혼의 성체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요행(僥倖)을 유심히 지켜보는 이가 바로 여인과 함께 사는 고양이다. 고양이는 갑작스러운 불청객의 방문을 잔뜩 경계하면서도 같이 놀아주길 청한다. 하지만 요정의 입장에선 고양이가 더없이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이 둘은 여인의 일상을 맴돌며 영역다툼의 치열한 신경전을 펼친다. 화병 뒤에서 개미요정을 노려본다거나 고무신 가마에 올라타고 나들이 나선 요정의 뒤를 쫓는 고양이의 모습에선 정겨우면서도 폭소를 자아낸다. 이외에도 책 더미를 힘겹게 올라 몰래 주스를 마신다든지, 벼루에 떨어지는 요정의 모습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잔재미를 선사한다(문의: 02-733-37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