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두사람이다> “사는 것 자체가 저주라고 가정하고 시작했다”
오정연 사진 서지형(스틸기사) 2007-08-21

영화 <두 사람이다>를 완성한 것은, 두 사람이다. 동명 원작만화의 작가 강경옥과, 감독 오기환. 강경옥 작가는 SF(<별빛 속에> <노말시티> 등), 학원물(<현재진행형 ING> <17세의 내레이션> 등), 판타지(<거울나라의 수수께끼> 등)까지 여러 장르를 섭렵한, 명실상부한 순정만화계의 대모.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다>는 그의 작품 리스트에서 단 한편의 장편 공포물이다. 집안 대대로 전해지는 이무기의 저주를 둘러싼 비극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로, 2001년 대한민국 출판 만화대상 저작상을 받을 정도로 탄탄한 오리지널리티를 인정받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지난 7년간, 든든한 이야기에 굶주린 충무로가 영화화에 눈독을 들였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만화적인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대중에게 맞춤한 멜로(<선물>), 코미디(<작업의 정석>)로 탄탄한 흥행실적을 자랑하던 오기환 감독이 공포물 도전을 결심한 것은 지난해 3월. 자신의 죽음을 노리는 가장 가까운 주변의 두 사람을 언제나 조심해야 하는 주인공의 운명 등 기본적인 설정만을 유지한 채 영화로 완성된 <두 사람이다>는 오는 8월2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올해 마지막 공포영화를 기다리면서 가장 만나고 싶었던 사람은 당연히도, 그 두 사람이다.

오기환 감독이 말했다. 강경옥 작가가 영화 <두사람이다>의 어머니라면, 자신은 그 영화의 친구쯤 될 거라고. 만화와 영화는 같은 어머니에게서 나왔으니 결국 커다란 줄기는 같은 수밖에 없다고. 지난 7월20일에 오기환 감독은 친구의 어머니를 만나,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셈. 쉬운 짐작으로는 어렵고도 어색한 자리일 듯 싶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진 않았다. 오기환 감독은 친근한 언변으로 원작과 영화 모두에 만족감을 표했고, 절대로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다는 악명(?) 덕분에 기자를 긴장하게 만들었던 강경옥 작가는 다정다감한 수다로 완성된 영화를 궁금해했다.

강경옥 | 영화는 거의 완성된 건가.

오기환 | 조만간 시사가 있을 거다. 근데 혹시 영화가 나쁘면 우리는 더이상 안 만나게 되는 건가. (웃음)

강경옥 | 아, 정말 모르겠다. 얼마 전까지는 완성된 영화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요즘엔 나도 거기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웃음) 이번에 결과가 좋으면, 다른 만화의 2차저작물 판권 구매도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겠지. 사실 <두 사람이다>는 케이블 드라마 판권 이야기가 오갔는데, 영화 때문에 고사한 적 있다. 작품 하나가 만들어지는 데도 타이밍이라는 게 있는 모양이다. <두 사람이다>를 영화로 만들기로 했던 정지우 감독님과의 계약이 만료된 지 3개월 만인가 감독님이 전화를 했는데, 그 뒤에 또 다른 영화사에서도 연락이 계속 오더라.

오기환 |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심사를 하면서 당시 <두 사람이다>를 준비하던 정지우 감독님을 만났는데, 막 그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굉장히 우울할 무렵이었다.

강경옥 | 신기한 건 그쪽에서 전화가 오기 바로 전날, 영화 하는 아는 동생과 <두 사람이다>를 꼭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는 거. 그 친구도 마침 감독님과 아는 사이더라. 그래서 처음에는 감독님이 동생의 연락을 받고 전화한 줄 알았다. 타이밍이 너무나 절묘해서.

오기환 | 작가님이 그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나는 영화사 대표랑 술을 마시면서, 내일은 작가님께 전화를 하겠다고 고민하고 있었을 거다. 우연이 운명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전에도 작가님 작품이 영화화된 게 있지 않나. <울어도 좋습니까?>라고.

강경옥 | 그건 그냥 제목만 같은 거고 아무 관계가 없다.

오기환 | 근데 그 영화도 윤진서씨가 주연 아니었나.

강경옥 | 그렇다. 그래서 <두 사람이다>도 윤진서씨가 주연이라기에, 확실히 인연이 있나보다, 생각했다. <두 사람이다>가 꽤 많은 감독님들께 오갔는데, 처음 제안받은 게 7년 전이어서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영화는 원래 한번 엎어지면 다시 만들기가 힘들다는 말을 들었지만, 별로 상황이 좋지 않은 만화계에도 이슈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라도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다. 사실 <별빛속에>도 애니메이션 판권이 팔리긴 했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애니메이션은 실사영화보다도 제작 여부가 불투명하니까. 그래도 감독님 첫인상은, 영화는 확실히 완성할 것 같다는 거였다. 어제 웹서핑하다가 발견한 문구가 있는데,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라더라. (웃음)

“확실히 인연이 있었나보다”

오기환 | 여태껏 영화를 세편밖에 안 했지만, 이 영화로 데뷔를 한 거 같다. 만족도가 제일 크다. 예전에는 관객에게만 떳떳한 영화였다면, 이제는 관객과 평론가 모두에게 떳떳한 영화를 찍었달까. (웃음) 여태까지 별 두개 반에 맞춰 찍었는데, 이번에는 세개 반은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얼마 전 윤진서씨가 술자리에서 그런 말을 하더라. 이 영화 때문에 배우로서 다시 태어난 것 같다고. 그래서 나도 마찬가지라고 말해줬다. (웃음)

강경옥 | 정지우 감독님 때도 그분 전작을 본 뒤에 오케이를 했고, 이번에도 <선물>을 보고나서 오케이 한 거다. 근데 만일 <작업의 정석>을 봤다면 계약 안 했을지도 모른다. (웃음) 그 영화는… 뭐랄까, 재미는 있는데, 좀…. (웃음)

오기환 | 그 영화는 별로 안 좋아한다고 그때도 말씀하셨다. 나도 인정한다. (웃음) 나는 <두 사람이다> 연출을 수락하기 전에 정지우 감독 버전의 시나리오를 보고, 원작 만화도 봤다. 책의 서문에서 작가님이 ‘내 주위의 두 사람이 귀신이면 어떡할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밝혔잖나. 원작이 사람과 귀신 사이에 초점을 맞췄다면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강경옥 | 결국 같은 얘기다. 귀신이라는 것도, 실제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니까. 내가 그 작품에서 뱀의 저주를 비극의 가장 큰 원인으로 삼았던 것은, 심의 때문이었다. 내가 처음에 활동할 당시만 해도, 유괴만 해도 금기시되던 때여서, 살인을 다루면 심의에 걸렸다. 저주를 설득력있게 설명하려면 당연히 살인을 말할 수밖에 없는데, 왠지 조심스러웠던 거지. 일종의 자체 심의랄까.

오기환 | 그 부분이 결국 만화와 영화의 운명을 가른 거다. 이걸 하게 됐다고 정지우 감독님께 전화했더니 “힘드실 텐데요” 하시더라. (웃음) 아마도 그건 저주의 시작을 어떻게 볼 것이냐의 문제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냥 사는 것 자체가 저주라고 가정하고 시작했다. 뉴스를 보면 만날 얼마나 많은 사건사고가 일어나나. 그건 결국 우리가 악마성을 타고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지닌 그 악을 어떻게 건드리느냐에 따라 커지는 거다.

강경옥 | 모티브만 동일하다면, 구체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도 상관없다. 결국 만드는 사람의 시각이 중요하니까. 그래서 난 시나리오도 안 봤다. <두 사람이다>의 기본은 의심이다. 누가 나를 죽일지 모른다는. 사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군가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있잖나. 반발심이든 의심이든 질투든. 일상에서 그런 감정은 묻히게 마련이지만, 사실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당연한 감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게 증폭되면 저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생에 대한 우울이나, 자기 삶에 대한 부정, 자신의 현재 안 좋은 상황 등의 이유 때문에 그 작은 감정에 집중하는 거다. 왜 요즘엔 길에서 부딪혔다는 이유만으로 살인하는 식의 사건도 종종 일어나잖나. 근데 그때 부딪힌 사람에게 무슨 잘못이 있나. 그저 누군가의 불행의 원인이 그 순간 그 사람에게 쏠린 것뿐이다. 그게 결국 현실적인 의미에서의 저주가 아닐까. 시나리오가 원작과 많이 다르다지만 예고편을 봤는데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던데.

오기환 | <노말시티>나 <라비햄폴리스> 같은 작가님 작품을 보면서, 정말 세계가 크다는 걸 느꼈다. <별빛속에>는 거의 10년, 15년 전에 읽은 셈인데, 당시만 해도 그런 만화가 어디 있었나. 하지만 작가님 작품 중에 가장 좋아하는 건 당연히 <두 사람이다>. (웃음) 주제나 분량이 영화화하기에 가장 적당하고, 무엇보다도 제목. 두 사람이란 결국 사회의 최소단위 아닌가. 혼자 있을 때는 아무런 비극도 성립하지 않는데, 두 사람 이상의 사회가 성립하면서 비극이 생긴다.

강경옥 | 제목이 잘 지어지면, 작품도 잘 나오는 것 같다. <두 사람이다>는 제목 만들 때부터 괜찮다고 생각했다. (웃음) 영화사에서도 스토리는 바꿔도 제목은 안 바꾼다고 했고. 근데 올해는 유난히 공포영화가 많은 것 같다.

오기환 | 해마다 많았다. <선물> 개봉한 해에는 멜로영화가 14편 있었고, <작업의 정석> 때는 <킹콩> <태풍>부터 <왕의 남자>까지 난리도 아니었다. 근데 두번 다 손해는 안 봤다. 그때 비하면 그렇게 힘든 것 같지도 않고. (웃음)

강경옥 | 그래서 오히려 결과가 재밌는 것일 수도 있고. (웃음) 내가 올해 극장에서 본 공포영화만 벌써 세편이다. 심야영화로 한꺼번에 봤는데, 아쉬운 부분이 많더라. 아무래도 공포영화는 많이 만들어질수록 도식화돼서 웬만한 건 관객도 알아차리게 마련 아닌가. 결국 공포물은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오기환 | 멜로와 코미디에 이어 공포물을 만들었다. 멜로는 감정의 깊이가 중요하고, 코미디는 순간을 중요시해야 한다면, 공포는 그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한 것 같다. 사람을 벌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놀라게 하기도 하면서 연출자가 신이 된 듯한 느낌이 있다고 할까. 만화의 경우에도 공포물은 컷 분할이 좀 달라진다든가 하는 차이가 있지 않나.

강경옥 | 아무래도 달라진다. 다음 장면이 미리 보이면 안 된다든지. 그리고 화면이 비교적 어두워서, 먹칠도 많아진다. 배경도 많이 신경써야 하고. 이런 걸 계속 그리면 인생이 뒤틀릴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다. (웃음)

오기환 | 예전엔 공포영화보고 집에 들어가는 걸 무서워했는데, 이 영화를 찍다보니 공포에도 무뎌졌다. 정말이지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로 나올 줄은 몰랐다.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게 된 건 장면의 잔인성 때문이 아니라 주제 때문인 것 같다. 심의위원 말이, 영화가 반인륜적이고 패륜적이라더라. (웃음) 사소한 감정이 증폭되어 살의를 불러일으켜서 생기는 일들이 실제로 우리 주위에 많지만, 어른들 입장에서는 애들이 몰랐으면 하는 모양이다.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주인공 집이 모두 불타는 장면을 찍을 때였다. 영화상으로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1주일 내내 찍었다. 윤진서씨는 매일같이 울면서 칼로 찌르고 피를 흘려야 하는데 우는 것도 하루이틀 아닌가. 거의 울부짖어야 하는데, 배우에게 그런 짓을 시키려니 정말 미치겠더라. 1억5천만원 가까이 들인 세트를 모두 태우는데, 한 테이크 찍으면 바닥 다시 칠하고 불끄느라 시간 다 가고… 휴.

“만화는 원하는 대로 그리면 되니 부럽다”

강경옥 | 만화는 정말 개인적인 작업이어서 성패의 90%가 작가의 역량에 달려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보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영화는 작가의 역량이 50, 6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흥행인 것 같다. 만화는 독자가 별로 없어도 작가 한 사람이 자신을 책임지면 되니까 개인적인 부분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데, 영화는 그런 게 아니어서 제작의 질을 보장받기도 어렵고. 모든 창작의 근원은 개인의 아이덴티티인데, 흥행이 안 될 것 같으면 제작도 불가능해지고, 그런 건 좀 힘들지 않나.

오기환 | 영화감독도 여러 스타일이 있다. 자기가 볼 영화를 찍는 감독이 있고, 남들이 봤으면 하는 영화를 찍는 감독. 전자가 작가라면 후자는 상업영화 감독인데, 상업영화를 찍는다면 타인의 얘기를 듣는 것은 필수다. 근데 한국영화의 문제는, 다들 상업영화를 작가영화처럼 찍는다는 거다. 나도 언젠가는 작가영화를 찍고 싶지만, 지금은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강경옥 | 어떤 감독이 만든 영화는 여러 사람과 함께 서 있는 게 보이고, 어떤 감독은 자기 혼자 서서 남들에게 자신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 같은데, 오 감독님은 여러 사람과 함께 서는 스타일 같다. 물론, 나도 아주 가끔은 여럿이 하는 작업을 부러워하지만, 역시 개인적인 작업을 좋아하는 편이다. <두 사람이다> 촬영현장에 한번 갔을 때도 그런 걸 느꼈는데. (웃음)

오기환 | 아, 양호실에서 벌어지는 액션신 찍을 때 오지 않았나. 비교적 영화에는 초반에 속하는데, 친구에게 주인공이 처음으로 위협받는 장면.

강경옥 | 영화 촬영현장은 처음이었는데, 혹시 만화에 필요한 자료를 찾을 수 있을까 해서 가본 거였다. (웃음) 와, 근데 그 액션신 찍는 게 정말 복잡하더라. 나하고는 아무리 봐도 안 어울린다. (웃음)

오기환 | 2차원의 만화작가는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게 가능하지만, 3차원의 영화감독은 선택을 할 뿐이다. 나는 그저 연기자나 스탭들이 내 세계 안에 들어서도록 유도하고, 그 뒤에 좋은 걸 고르는 수밖에 없다. 원하는 대로 그냥 그리면 된다는 건 정말 부럽다.

강경옥 | 사실 만화를 그리다가도 많이 막힌다. 일하기 싫어서 그냥 슬금슬금 도망다니고. (웃음)

오기환 |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작가님이 쓸 다른 작품을 한편 더 영화로 옮기고 싶은 생각도 있다. 당장의 차기작에 대해 묻는다면, 이제 섭렵해야 할 장르로 액션과 에로가 남았다. 액션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게 있긴 한데, 덩어리가 너무 커서…. 혹은 섹스코미디나 인간의 외로움을 소재로 한 에로영화. 최대한 빨리 할 수 있는 것을 우선적으로 진행하겠지만, 이번에 공포물을 하면서 깨달은 게 많다. 다른 장르를 섭렵하고 난 뒤에는 다시 한번 공포물에 도전하고 싶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