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남자2 花より男子2 りタン-ズ MBC 드라마넷 토요일 밤 11시55분
<꽃보다 남자2>의 세계는 어이없다. 학교 안에 F4라 불리는 ‘귀족 집단’이 존재하고, F4한테 빨간 카드를 받은 학생은 전교생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에이토쿠 재단으로 통하는 이곳은 명문가의 자제나 재벌 가문의 아이들만 입학할 수 있는 사립학교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에이토쿠 고등학교에는 네명의 꽃(Flower 4)이 있고, 이들은 학생들의 생활을 정신적으로 지배한다. F4는 졸업한 뒤에도 모교에 돌아와 주인 행세를 한다. F4가 학교에 기증한 F4 라운지에는 F4만의 특별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정말 어처구니없다. 1992년부터 무려 13년간 소녀만화잡지 <마가레트>에 연재된 가미오 요코의 동명 만화가 원작인 이 드라마는 그야말로 만화의 세계다. 에이토쿠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우연히 이 학교에 입학한 한 서민 소녀가 F4에 대항해, 부자들과 부딪치며 빚어내는 이야기를 담는다. 물론 마지막은 F4와 서민 소녀의 사랑이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가 사립학교 재단을 무대로 2007년 일본에, 한국에 도착한 것이다.
가미오 요코의 <꽃보다 남자>는 견고한 만화적 상상력과 특유의 과장된 에피소드로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았다. 36권의 단행본으로 완결된 이 만화는 현재까지 54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소녀만화 사상 최고의 판매부수를 보유하고 있다. 연재 기간이 길었던 관계로 독자층의 범위도 넓다. 1995년에는 도에이와 후지TV에서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이후에는 TV와 스크린의 애니메이션, 대만 드라마 <유성화원>으로 옮겨졌다. 2005년 10월, 일본에서 처음으로 제작된 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평균 시청률 19.8%를 기록하며 2005년 방영된 전체 드라마 중 4위에 올랐다. 36권 분량을 9편의 드라마로 축약했던 탓에 원작 팬들의 원성도 많았지만, 사랑에 아파하며 책임을 배워가는 주인공들의 감성을 충실히 옮겼다는 평도 들었다. 그래서 <꽃보다 남자2>의 제작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45분X9화’로 담아낼 수 없었던 원작의 이야기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었고, 원작의 주요 출연진이 그대로 모여 <꽃보다 남자2 리턴즈>(일본 방영시 제목)가 돌아왔다.
<꽃보다 남자2>는 말도 없이 떠나간 F4의 리더 도묘지 츠카사(마쓰모토 준)를 마키노 츠쿠시(이노우에 마오)가 찾아가며 시작된다. 자기중심적이고 건방지며 스스로를 ‘이 몸’이라 부르는 츠카사는 에이토쿠의 유일한 서민 츠쿠시와 사랑에 빠지지만 도묘지 그룹의 미래를 위해 아무 말 없이 뉴욕으로 떠난다. F4의 위세에도 전혀 기죽지 않았던 츠쿠시는 갑자기 없어진 츠카사가 밉고 실망스럽지만, 또 한번의 용기를 갖고 뉴욕으로 향한다. 도쿄와 뉴욕, 11000km 떨어진 그곳을 츠쿠시의 첫사랑이었던 F4의 하나자와 루이(오구리 슌)도 따라 나선다. 그룹의 사활을 두고 사랑 고민에 빠진 츠카사와, 두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츠쿠시. <꽃보다 남자2>는 돈과 계급의 차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사랑과 아픔, 믿음과 책임이란 주제를 전한다. 꽃보단 남자, 돈보단 사랑이라고.
<꽃보다 남자2>는 얼핏 파스텔톤의 학원물로 보인다. 사실 어느 정도 그렇기도 하다. 소녀들의 판타지로 구성한 F4의 존재나, 츠쿠시에게 닥치는 과한 설정의 고난과 역경은 의도적인 로망스를 위한 장치다. 하지만 <꽃보다 남자2>는 사랑과 성장의 주제를 돈과 계급의 차원에서 제대로 고민한다. F4라는 황당한 대상과 거기서 비롯되는 부의 차, 생활의 차이가 만화적인 배경으로만 소비되진 않는다. 츠카사가 내뱉은 말 한마디에 그룹은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아버지의 정리해고로 살 곳을 잃은 츠쿠시는 도묘지 집에서 하녀로 일한다. 돈과 사랑이 얽히고, 사랑이 계급과 부딪친다. <꽃보다 남자2>는 전혀 마주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던 서민과 부자를 한자리에 놓고, 그들은 사실 깊이 관계되어 있다고 말한다. 사랑도, 아픔도, 꿈도, 미래도 이 관계를 배운 뒤에야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F4의 멤버들은 츠쿠시를 만난 뒤에야 비로소 스스로의 위치를 고민하고, 새로운 배움에 감사한다. 이 드라마에 고맙다는 대사가 유난히 많은 것도 우연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