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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혁 2007-08-02

<에반 올마이티>의 스티브 카렐

40살까지 못해본 남자가 세상을 바꾼다? <브루스 올마이티>의 에반 박스터 스티브 카렐이 주연한 영화 <에반 올마이티>는 <브루스 올마이티>의 속편이라기보다 에반 박스터의 스핀오프에 가깝다. 브루스 놀만(짐 캐리)에게 경쟁심을 갖고, 항상 자신감이 넘치는 캐릭터 에반은 2편에서 ‘전능한 권력’을 받고 “세상을 바꾸자”고 외친다. 생방송 뉴스 도중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게 되는 사고(<브루스 올마이티>)에서 보이는 허점도 그대로 이어진다. 방주를 지으라는 어이없는 신의 명령과 동물들에게 둘러싸인 ‘에반 올마이티’는 반듯하고 정확하지만, 동시에 빈틈이 가득한 남자다. 혹은 40살까지 못해봤을 것 같은 어떤 소심함. 성욕에 무심한 남자 앤디(<40살까지 못해본 남자>)의 캐릭터는 가정과 일 사이에서 고전하는 아빠의 무력함으로 고개를 내민다. 아이 둘 딸린 남자에게 무슨 동정이 있겠냐마는 에반 박스터의 결벽증과 이를 배반하는 그의 수많은 체모는 동정의 어수룩함을 닮았다.

<브루스 올마이티>의 뉴스 캐스터에서 <에반 올마이티>의 하원의원으로 등업된 남자, <40살까지 못해본 남자>의 예상 밖 흥행으로 할리우드 주연급 캐스팅 후보로 올라선 배우. 1996년 <다나 카비 쇼>의 게스트 멤버로 방송에 발을 들여놓은 스티브 카렐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성공한 케이스다. 1995년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게스트 오디션을 봤지만 실패했고, 그 자리는 윌 페렐에게 돌아갔다. 24시간 상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1991년 영화로는 첫 데뷔작인 <컬리 수>에서 아주 작은 역, 테시오를 연기했다. 본래 라디오 방송을 좋아해 지역 방송국에서 디스크자키를 하기도 했던 그는 1991년 시카고 지역의 <더 세컨드 시티>에 몸을 담으며 즉흥 코미디 연기를 가르쳤다. 지금의 아내인 낸시 월과 단짝 친구이자 훌륭한 연기 파트너 스티븐 코벌트(<그녀는 요술쟁이>)를 만난 이곳에서 그는 자신의 유머감각을 닦으며 글을 썼다. 1999년부터는 뉴스 프로그램 <데일리 쇼>의 리포터를 시작해서 2004년까지 정기 멤버로 일했고, 2005년에는 드디어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를 진행했다.

무엇보다 스티브 카렐의 주가가 급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40살까지 못해본 남자>가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2005년 무렵이다. 그가 출연하고 있던 시트콤 <더 오피스>는 미지근한 시즌1의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스티브 카렐이 돋보였던 영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의 흥행으로 시즌2 제작을 결정했고, 스티브 카렐은 이 시트콤의 마이클 스콧 역으로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03년 <브루스 올마이티>를 찍은 뒤에도 그는 <앵커맨>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미스 리틀 선샤인> 등으로 연달아 영화 출연작을 내놓았다. 그리고 <에반 올마이티>. 스티브 카렐은 이 영화에서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출연료의 10배인 500만달러를 받았다.

<에반 올마이티>에서 가장 큰 웃음을 빚어내는 장면은 덥수룩한 수염과 너덜너덜한 삼베옷을 입은 에반이 의회에 등장하는 부분이다. 아니면 열심히 방주를 만드는 그에게 동물들이 다가와 무언가 제스처를 취하는 장면. 스티브 카렐의 웃음은 코믹한 외양과 진지한 진심의 불협화음에서 나온다. “코미디를 하는 캐릭터는 자신이 코믹한 상황에 있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그의 연기 철학처럼 그의 코미디는 항상 성공하지 못한 진지함, 전달되지 못한 메시지에서 기인한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 신문의 편집위원이었고, 한때는 변호사를 목표로 했던 그의 과거가 말해주듯, 그의 연기에는 논리가 있다. 그리고 그 논리는 코미디를 위해 변주된다. 웃음에 무심한 남자가 만들어내는 논리의 코미디라, 날씨 캐스터인 브릭 탐랜드를 연기했던 <앵커맨>에서 보이는 그의 말은 묘하게 춤을 추다 웃음을 자아낸다. 그가 공동으로 각본을 쓴 <40살까지 못해본 남자>의 세계도 소심하지만 꽤 견고하다.

자신은 전혀 웃기지 않다고 말하는 코미디언, “여자들의 판타지 남성상이 아니”여서 “미를 가꿀 필요가 없으니 안심”이라 말하는 남자, <에반 올마이티>는 종교적인 영화라기보다 “서로에 대한 신념을 이야기하는 보편적인 우화”라 이야기하는 배우. 스티브 카렐은 확실히 자신의 세상을 바꿨다. 그토록 애원했던 로맨틱코미디(줄리엣 비노쉬와 함께 출연한 <댄 인 리얼 라이프>)에도 출연했고, <더 오피스>의 시즌3 편당 출연료는 이전 두 시즌보다 두배나 많은 17만달러가 되었다. 성공해도 무관심해 보이는 표정이지만, <40살까지 못해본 남자>의 가슴털 왁싱장면을 특수효과 없이 직접 한 그의 열정은 뉴욕에 방주를 만들듯, 기나긴 세월에 성공을 이루었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성공한 배우이자 코미디언. 그의 전능함에 유쾌한 웃음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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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UIP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