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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팝아트의 색다른 유혹

<누보 팝(Les Nouveaux Pop)전> 7월12일~9월30일 | 소마미술관 | 02-425-1077

ⓒ 안토니오 데 펠리페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청계천 광화문 진입로에 가면 높이 20m의 ‘형형색색 다슬기’를 만날 수 있다. 미국 팝아트의 대가 클래스 올덴버그(Claes Thure Oldenburg, 1929~)의 13억원 상당의 조형물 <스프링>(Spring)이다. 꽈배기 튼 성탄절 트리 모양을 닮기도 한 이 작품은 수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일상의 쉬운 소재에서 모티브를 찾아 미디어 세대에 걸맞은 조형기법으로 제작해서일까, 대중과의 교류에도 한몫을 한다.

대중과의 친밀한 소통은 바로 ‘팝아트’의 전형이다. 1950년대 후반 미국에서 출발한 팝아트는 기존의 ‘전통적인 예술개념을 타파하고 일상생활의 오브제를 있는 그대로 제시하거나 광고, 만화, 보도사진 등의 기성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이 특징으로 알려진다. 그러다보니 미국적 팝아트를 ‘미국식 소비주의를 찬양하는 수단’이라고 보는 예도 드물지 않다. 하지만 이번 전시 <누보 팝(영어로 New Pop)전>은 이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회화, 조각 등 50여점이 출품되는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기성의 오브제들을 구상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미국 팝아트와 유사하나, 작품의 소재나 재현방법에서 직접적이라기보다 서술적이라는 점’에서 미국 팝과는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프랑스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 9명과 크래킹 아트그룹 1팀이 작가들 고유의 방법으로 풀어낸 다이내믹한 예술세계가 무척 인상적이다. 그러면서도 산업화된 사회의 일상을 대중적 코드로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는 센스가 볼 만하다. 또한 유럽의 팝아트가 미국 미술로만 알려져왔던 기존의 팝아트와 어떤 차이점을 갖고 새로운 국면으로 비치는지 느껴보는 것도 전시장을 찾는 묘미다. 좀더 들어가면 이번 전시에서 말하는 유럽은 그 전역이라기보다는 프랑스로 한정하는 편이 더 어울릴 듯하다.

팝아트는 대중의 감성코드를 친숙한 조형언어로 건드리는 수단의 연장이다. 때문에 미국과 프랑스라는 지리적 혹은 역사적 배경의 차이점은 당연히 같은 팝아트의 형식을 다르게 해석하게 되는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참고로 이번 전시와 같은 타이틀로 2006년 3~4월에 파리의 빌라 타마리스(Villa Tamaris)에서 열려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사물, 인물, 조형적인 소재 또는 형식에 따라 감상하면 더욱 의미있게 만나볼 수 있다. 최근 현대미술의 한축을 형성하고 있는 ‘뉴팝’의 신드롬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이러한 동시대 작가들의 눈에 비친 일상의 유쾌한 비틀기, 그 다채로운 예술세계와의 만남은 그 자체가 즐거운 행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