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시즌6의 대통령 웨인 팔머와 탐 레녹스(피터 맥니콜)
<24> 시즌6
수퍼액션 본방송 월∼목 낮 12시 재방송 토∼일 오전 10시 두편 연속
몇번에 걸쳐 짧게 언급한 바 있었지만, 키퍼 서덜런드 주연의 <24>는 국내에 미드 열풍을 탄생시킨 진정한 주인공이다. 웬만한 대작 액션영화를 뛰어넘는 제작 규모와 24시간을 24편의 에피소드로 나누어 진행하는 독특한 전개 방식 그리고 상상을 뛰어넘는 반전을 연속으로 쏟아내는 <24>는 그 이전의 미드와는 확연히 다른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드와 관련된 인터넷 게시물을 읽다 보면, <24> 시즌1의 첫 번째 에피소드를 본 것을 시작으로 ‘미드 폐인’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을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자주 만나게 된다.
무엇보다 매 에피소드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면 이어지는 내용이 엄청나게 궁금해 다음 에피소드를 보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놓은 제작진의 실력이, 초심자들을 단숨에 ‘폐인’으로 만들어버리기에 충분해 마지않았던 것이다. 결국 중간 광고와 오프닝·엔딩 크레딧 등을 빼고 꼬박 20시간 정도를 라면으로 때우며 시즌 하나를 끝내는 <24> 교인들의 숭배행사가 유행이 되었고, 그 유행은 어느새 국내 케이블 방송에서 <24>의 새로운 시즌을 선보일 때 24시간 연속으로 방영하는 전통으로 굳어졌다. 미국에서 지난 5월 방영을 끝낸 지 불과 2개월여 만에 우리나라에 선보인 <24> 시즌6 역시 그 전통에 맞추어 24시간 연속 방영을 한 뒤, 이제 정규 시간에 방영 중이다.
이번 시즌6는 전 시즌 마지막에 중국 정보원들에게 납치되어 중국으로 실려간 잭 바우어가 어떤 이유로 어떻게 다시 미국으로 돌아올 것인가 하는 궁금증만으로도 팬들의 기대감이 엄청나게 컸다. 더불어 잭 바우어만큼이나 롱런을 한 캐릭터들이 시즌5 초반부터 줄줄이 죽어나간 상황이었던 만큼, 어떤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할지도 큰 관심사였다. 그런 상황에서 전혀 의외의 캐스팅이었으나 최고의 캐스팅이었다는 평가를 받은 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백악관 보좌관 탐 레녹스 역을 연기한 피터 맥니콜이다.
그 본명만으로는 누군지 짐작하기 쉽지 않은 피터 맥니콜은 몇편의 미드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연기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린 연기파 배우다. 그의 대표작은 엉뚱하고 익살스러우면서도 냉소적인 성격을 가진 괴짜 변호사 존 케이지로 출연했던 <앨리의 사랑만들기>(Ally Mcbeal). 주인공 앨리(칼리스타 플록하트)가 일하는 법률사무소의 대표변호사임에도 교묘하게 법정에서 소란을 피워 분위기를 반전시키거나, 사무실에서 개구리를 키우는 등의 다양한 행각을 벌이면서도 어딘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진 존 케이지라는 캐릭터와 그는 분리하여 생각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찰떡궁합이었다.
그로 인해 2001년 에미상 코미디 시리즈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피터 맥니콜의 주가를 더욱 높인 것은 토니 스콧, 리들리 스콧 형제가 제작해 2005년 초부터 방영된 <넘버스>(Numb3rs)였다. 그는 이 작품에서 FBI 요원인 형을 돕는 젊은 수학천재 찰리 교수에게 결정적인 조언을 해주는 괴짜 물리학자 래리 교수를 연기했는데, <앨리의 사랑만들기>의 존 케이지 캐릭터를 좀더 꼬여 있는 학자에 걸맞게 증폭시켰다는 좋은 평을 들었다.
하지만 그런 고정된 듯한 이미지 탓인지 그가 <24> 시즌6에 캐스팅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많은 <24> 팬들이 걱정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자칫 탐 레녹스라는 캐릭터가 <24>라는 강력한 드라마 안에 녹아들어가지 못하고 존 케이지나 래리 교수의 연장으로 보이면서 겉돌 것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탐 레녹스라는 인물이 어느 정도 합리성을 갖춘 네오콘이라는 정치적으로 복잡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러한 우려는 더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는 기우에서 끝났다. 미국 최고 지도부 사이에서의 팽팽한 긴장감을 제대로 유지시키는 역할을 그만의 독특한 말투와 몸짓을 살려가며 훌륭하게 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터 맥니콜이라는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24> 시즌6에 대한 평가가 기존 시즌들 대비 전반적으로 좋지 못했기 때문인지, 시즌7에서는 LA와 또 다른 도시를 등장시키고 출연진도 다시 한번 대폭 물갈이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물갈이 속에서도 피터 맥니콜이 살아남아 다시 등장하게 된다면, 아마도 더욱 훌륭한 연기를 펼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