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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시네바캉스 서울] 등골이 오싹오싹, 아이 시원해
문석 2007-07-24

어쨌거나 여름철에는 호러영화가 제격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시네바캉스 또한 호러영화를 준비했다. ‘공포특급’이라는 제목 아래 묶인 4편은 장르적인 의미에서 호러영화가 아니라 호러적 방법론을 포함하고 있는 스릴러 또는 판타지영화다. 로만 폴란스키의 호러풍의 심리스릴러 <혐오>를 비롯해 토비 후퍼의 판타지호러영화 <폴터가이스트>, 조 단테의 코믹판타지호러 <그렘린> 등이 선보인다. 그중 테렌스 피셔 감독이 만든 1969년작 <프랑켄슈타인 죽이기>는 영국 호러영화의 명가 해머 스튜디오가 제작한 작품이라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이다. ‘공포특급’에 포함된 작품 중 <혐오>를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한국에서 프린트로 최초로 상영되거나 개봉 이후 처음 극장에서 보여지게 된다.

<프랑켄슈타인 죽이기>(1969) Frankenstein Must Be Destroyed 감독 테렌스 피셔 출연 피터 커싱, 베로니카 칼슨, 사이먼 워드

서양에서 가장 유명한 괴담 중 하나인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이야기는 그동안 수도 없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얄팍한 아이템으로도 고효율의 호러영화를 만들기로 유명한 해머 스튜디오 또한 <프랑켄슈타인의 저주>(1957)를 시작으로 <프랑켄슈타인의 복수>(1958), <프랑켄슈타인의 악마>(1964) 등을 거쳐 <프랑켄슈타인과 지옥에서 온 괴물>(1974)까지 모두 7편을 제작했다. 이중 피터 커싱은 한편을 제외한 모든 시리즈에서 프랑켄슈타인 박사로 출연했고, 테렌스 피셔 감독은 두편만을 빼놓고 전부 연출했다. 시리즈 중 5번째에 해당하는 <프랑켄슈타인 죽이기>는 좀도둑 때문에 프랑켄슈타인(피터 커싱)의 연구소가 들통이 나면서 시작된다. 황급히 피신한 프랑켄슈타인은 안나(베로니카 칼슨)의 집에 세입자로 들어간다. 안나의 애인 칼(사이먼 워드)이 근무하는 정신병원에 그와 함께 뇌이식을 연구했던 브랜트 박사가 미친 채로 감금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프랑켄슈타인은 두 사람을 협박해 브랜트 박사를 빼낸다. 대단한 특수효과나 공포를 조장하는 과장된 연출이 없는데도 이 영화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선명한 캐릭터로 몰입하게 만든다.

<혐오>(1965) Repulsion 감독 로만 폴란스키 출연 카트린 드뇌브, 이본 퓌르노, 존 프레이저

폴란스키의 첫 영어영화인 <혐오>는 런던을 배경으로 성적으로 억압된 한 여성의 비극을 다룬다.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성적인 욕망을 발현할 수 없는 여성 캐롤(카트린 드뇌브)은 미용사로 일하며 창백한 삶을 살아간다. 반면 그녀의 언니(이본 퓌르노)는 유부남 남자친구와 함께 분방한 삶을 누린다. 언니와 남자친구가 여행을 떠나자 캐롤의 우울증은 극도로 심해지고 환상이 심화되면서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캐롤의 뒤틀려가는 내면을 묘사하는 실험적이고 대담한 영상이 초기 폴란스키 영화 특유의 섬뜩함을 보여준다.

<폴터가이스트>(1982) Poltergeist 감독 토비 후버 출연 조배스 윌리엄스, 크레이그 T. 넬슨, 베아트리스 스트레이트

애국가가 울린 뒤까지 TV를 켜놓는 것을 무섭게 만들었던 영화. 부동산 개발회사에 다니는 스티브(크레이그 T. 넬슨)는 아내 다이앤(조배스 윌리엄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평범하게 살아간다. 어느 날 정규방송이 끝난 심야, 막내딸 캐롤이 검은 점이 반짝이는 TV와 대화를 나누더니 다음날부터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이 집안의 초자연 현상은 점차 심해지더니 마침내 캐롤은 귀신들의 세계로 붙잡혀간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기획, 시나리오, 제작에 참여한 이 영화에는 <스타워즈> 관련 상품이 반복해서 등장하기도 한다.

12시간30분의 러닝타임, 함께하시죠

자크 리베트의 <아웃 원>

이번 행사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영화는 단연 자크 리베트 감독의 <아웃 원>(1971)이다. 그 관심의 첫 번째 이유는 무려 12시간30분에 달하는 장구한 러닝타임 때문이다. 90여편의 장편과 단편에서 2천여명의 인물을 등장시켰던 발자크의 연작소설 <인간희극>에서 깊게 영향받은 이 영화는 90분에서 100분에 달하는 에피소드 8개로 이뤄져 있다. 프랑스 혁명의 격동 속에서 살아간 숱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사회상을 담기 원했던 발자크처럼 리베트는 <아웃 원>에서 30여명에 달하는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를 평행으로 진행시켜내면서 인간우주에 대한 거대한 탐험을 시도한다. <아웃 원>은 스타일 면에서도 대담한 영화다. 16mm카메라와 35mm카메라를 함께 사용했고 거울을 통해 롱숏을 찍는 등 다양한 형식적 실험이 진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 상황 때문에 단지 6주 만에 촬영됐다고 하니 리베트가 겪어야 했을 고난은 눈에 보듯 뻔하다.

이 영화의 제목이 <아웃 원>으로 붙여진 것은 우연으로 보인다. 리베트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제목을 떠올리는 데 실패했다. 별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1971년 10월 프랑스에서 상영된 적이 있지만, 프랑스 안이나 바깥에서 좀더 널리 보여진 것은 이듬해에 만들어진 4시간짜리 축약 버전이다. 축약 버전은 <아웃 원: 유령>(Out 1: Spectre)로 불리며 애초 버전은 <아웃 원: 건드리지 마>(Out 1: Noli me tangere)라고 칭해지는데, 이는 필름깡통에 적힌 구절이었다고 한다. <아웃원: 건드리지 마>는 1990년 독일에서 복원돼 로테르담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이번에 상영되는 버전 또한 독일에서 복원된 <아웃 원: 건드리지 마>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번 행사에서 <아웃 원>을 12시간30분동안 한달음에 볼 수는 없을 전망이다. <아웃 원>은 극장 사정상 8월11일과 12일, 그리고 16일과 17일 이틀에 걸쳐 두 차례 4부씩 나뉘어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