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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정부 허가받은 첫 한국 호러영화, <므이> 공개

온라인 프리뷰/<므이>

일시 7월18일 오후 2시 장소 서울극장

이 영화 소설가 윤희(조안)는 자신의 창작품을 실재에서 구한다. 절친한 친구가 외국으로 나가버린 사이, 그 친구를 둘러싸고 떠도는 나쁜 소문을 뼈대로 소설을 썼고, 인기를 얻었다. 소문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밝혀지지만 창작의 희생양이 된 친구의 실재는 부정할 수 없다. 후속작이 문제다. 편집장은 그럴듯한 글의 마감을 쪼고 있는데 창작의 불을 지펴줄 자극적인 소재가 없다. 마침, 베트남으로 간 친구 서연(차예련)이 보내온 ‘므이의 전설’이 구미를 자극했다. 누군가에게 복수를 꿈꾸는 자는 므이 초상화에 저주를 빌면 대신 복수를 해준다, 거기에는 끔찍한 대가가 뒤따른다. 윤희는 베트남으로 날아가 옛 친구 서연의 집에 머물며 그의 도움을 받아 므이 초상화의 기원을 취재하기 시작한다. 윤희는 므이의 초상화에 대해 알게되면 될수록 초상화를 그리는 서연에게서 석연치 않은 모습을 자꾸 발견하게 된다.

말말말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베트남의 역사나 한국의 역사가 그랬듯 힘이 없어 강국의 침략과 지배를 받았고, 지금 이 순간도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 세상 어딘가에는 힘이 없어 자신의 행복과 꿈을 포기하고 살아야하는 이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베트남 정부의 허가를 받아 만든 1호 영화라고 알고 있습니다.”-김태경 감독

100자평 왜 꼭 베트남에 가야 하는 것일까? 원혼이 되었다는 므이라는 여인이 베트남의 특수성과 어느 지점에서 연결되는 것일까. 므이는 그저 다른 여자의 질투심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세계 어디에나 존재할법한 귀신이다. 어디나 있는 귀신을 찾아 베트남에 가고, 여전히 꿈속 장면이 반복되고, 식상한 복수극으로 막을 내린다. 인물들은 하나같이 신경질적이고, 감정의 기복이 거의 정신병자 수준이다. <므이>는 한국공포영화의 악습을 여전히 답습하는 지루한 영화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므이>의 네러티브는 전통적이다. 한을 품고 죽은 여귀를 불러내어 복수한다는 전설이나, 복수를 다짐하는 이유가 '여자의 행실에 대한 나쁜 소문'이라는 설정은 '전설의 고향'이나 신소설 등에 무수히 나왔던 소재이다. 그러나 <므이>는 새롭다. 이 식상한 소재를 한국을 배경으로 풀어나갔다면 진부함을 면치 어려웠겠지만, <므이>는 전설의 '고향'을 베트남으로 옮겨감으로써 대단히 매혹적이고 흥미로운 영화가 되었다. 영화의 매력은 베트남의 풍광을 그저 배경으로 차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베트남을 통해 '한의 정서'를 담아낸다는 데 있다. 한국에서는 이미 고갈된 신비롭고 토속적인 전설의 자취가 베트남이라는 공간에서는 여전히 살아있는 듯 느껴진다. <므이>가 흥미로운 점은 공포영화로서가 아니라 베트남을 다루는 방식이다. <므이>가 담아내는 베트남의 과거와 현재 장면들은 베트남을 베트남戰 이전에도 엄연히 존재했던 역사와 전통이 있는 나라이자 활기찬 역동성이 느껴지는 나라로 인식시킨다. 이는 오직 베트남戰을 통해서만 베트남을 사유하는 방식과는 차별화된 시도이다. 미국의 용병이 되어 쏘아죽이던 '베트콩'으로 그리거나, 그에 대한 죄의식을 그리거나 이는 모두 타자에 대한 관심이 결여된 한계적 시선이다. <므이>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있으며, 미국이 개입되지 않은 한국과 베트남과의 관계를 그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설의 '고향'을 베트남에서 찾는 것이야말로 오리엔탈리즘의 발현이요, 타자에 대한 관심 역시 식민지학적인 관심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오랫동안 반도에 갇혀지내던 한국인들이 세계로 뻗어(?)나가지 못해 안달인 지금, 동남아를 배경으로 유사제국주의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대목이다. 황진미/ 영화평론가

충무로 공포영화가 안고 있는 고질적 병폐들은 배경을 바꿔도 여전하다. 속은 텅 비어있고 겉모습에만 집착한다. 초상화에 얽힌 비밀과 그리고 저주와 복수의 이야기를 다룬 <므이>는 일단 베트남이 왜 배경인지 공간적 매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라면 어떤 곳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들 아무 상관이 없다. 저주와 복수의 전말이 밝혀지는 과정도 호흡이 너무 길다. 그렇다고 무섭냐고? 그것도 아니다. 저주의 강력한 포스가 이 영화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국적인 배경, 이야기와 어울리지 않은 큰 저택과 화려한 인테리어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기울였겠지만, 그런건 공간이 하나의 캐릭터로 작용할 때 필요한 선택이다. 단지 예쁘게만 보이는 세트는 아무 의미가 없다. 여하튼 정말 무서운것은 충무로에서 쏟아내는 전혀 무섭지도 않은 영화를 끊임없이 봐야하는 암울한 장르영화의 현실이 아닌가 싶다. 김종철/ 익스트림무비(extmovie.com)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