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록 뮤지컬 <어느 락커의 바지 속 고백> 6월16일∼7월15일/꿈꾸는 공작소 성균소극장(대학로)/011-9585-5555, 016-221-7948
<어느 락커의 바지 속 고백>을 관람하기 위해 필요한 것? 입장하는 관객의 팔목에 꽉 눌러 찍어주는 ‘클럽 놀이터’라는 도장이 암시하듯 홍대 앞 놀이터와 그곳 젊은이들의 문화에 대한 소소하지만 애정 어린 관심이 아닐까. 2006년 서울프린지페스티벌과 변방연극제에서 공연됐고 2007년 문예진흥기금 다원예술부문에 선정된 이 작품은 학창 시절 섹스 피스톨스의 음악을 들으며 펑크에 영혼을 빼앗긴 펑크 로커 조영환을 무대에 올린다. 친구 욱이와 함께 불도저 밴드를 만든 조영환에게 홍대 앞 놀이터는 펑크, 나아가 자유로운 청춘의 상징. 갖은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놀이터라는 이름의 클럽도 연다. 그러나 시간이 변하면서 사람은 변해가고 청춘의 한때도 흔적 없이 사라지는 법. 영원히 곁에 있을 것 같던 욱이는 결국 안정된 직장을 찾아 홍대를 떠난다. 홀로 남아 홍대를 지키던 조영환은 불도져 밴드가 생방송 음악 프로그램에 초청받은 날 무대에서 성기를 노출하고 이후 그의 음악 인생은 막다른 골목에 부딪힌다.
2005년 MBC <음악캠프>의 성기 노출 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어느 락커의 바지 속 고백>은 극중 조영환의 대사처럼 “누구나 마음속에 펑크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기저에 깔고 시작한다. 불이 꺼진 무대. 누군가가 등장하는 대신 벽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영상물이 흘러나온다. 성기 노출 사건 이후 조영환의 일상이 그 영상을 통해 소개되는 것. 영상물에서 카트에 실려 퇴장한 그는 마치 방금 그곳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카트에 실려 무대에 오른다. 그리고 울려퍼지는 것은 코드 세개만으로 연주할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열정적인 펑크 음악. 조영환의 주장대로 이 공연이 선사하는 “때로는 씁쓸한 소주 한잔 같은”, “때로는 시원한 맥주 한잔 같은” 펑크는 모두가 즐길 수 있고 모두에게 친숙한 음악이다.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여 펑크의 진수를 알려주는 분량이 꽤나 긴 이유도 바로 그것. 공연의 마지막에는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며 다함께 놀아볼 것을 은근히 종용하는데 타인의 이목을 신경쓰지 않고 뛰어다니다 보면 묵직한 스트레스도 제법 풀리는 듯하다.
등장인물이라곤 5명. 무대의 배경이 바뀌는 일도 없이 비교적 적은 수의 배우로 꾸려진 공연이지만 각 인물들의 다양한 매력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먼저 펑크 로커 조영환 역을 맡은 주인공 조영환은 종이극 <Paper Rain> <보이첵>, 뮤지컬 <소나기> <젊은베르테르의 슬픔> 등에 출연한 배우. 노래와 연주, 연기를 한꺼번에 도맡아야 하는 어려운 설정이지만 어떤 관객은 그를 실제 펑크록 뮤지션으로 오해했을 정도로 비교적 만족스럽게 공연한다. 조영환과 함께 불도져 밴드의 멤버로 등장한 이들은 탁효원, 이장호, 조기도. 실은 롤링스톤스, 라이브 클럽 ZOO 등 홍대 앞 라이브 클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펑크록 밴드 F.POTION의 멤버로 조영환의 독백에 맞장구를 치거나 반응을 내비치며 웃음을 자아낸다. <가장 맛있는 아침> <휴가>의 노현지가 연출했고 스카 밴드 킹스톤 루디스카의 리더 최철욱이 음악을 담당했다. 매주 금요일에 열리는 본 공연 뒤에는 F.POTION의 미니 콘서트가 무료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