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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미드나잇] 튜더스 vs 튜더스

헨리 8세와 그를 둘러싼 스캔들 그린 드라마 <튜더스>, 비슷한 소재의 영화도 곧 개봉예정

<튜더스: 천년의 스캔들> The Tudors 채널CGV 본방송 매주 일요일 밤 10시/ 재방송 매주 수·목 밤 12시

<튜더스>의 주인공 헨리 8세(조너선 리스 메이어스)와 앤 볼린(내털리 도머).

얼마 전 <EBS 시네마천국>에서 ‘미국 드라마, 영화의 적 혹은 동지’라는 주제로 변영주(<낮은 목소리> <발레교습소>), 이해영(<천하장사 마돈나>), 김태용(<가족의 탄생>) 등 뚜렷한 작품 세계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영화감독 세 사람이 미드에 대한 대담하는 내용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대담이 다룬 내용이야 웬만한 미드 시청자들에겐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뻔한 수준을 넘지 못했지만, 한 가지 점에서만큼은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줄 만한 대담이었다. 그 충격이란 우리의 젊은 영화감독들이 지상파 채널의 대담프로에서 당당히 ‘다운로드’를 언급하고, 더 다양한 미드를 봤고 더 자세히 미드에 대해 알고 있음을 과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영화의 생산 시스템의 가장 정점에 있는 감독들이 일부 ‘어둠의 경로’를 통해 접한 미드의 가치를 ‘선구자’적인 관점에서 진지하게 토론을 하는 모습에서, 미드가 우리 사회 문화계에 끼치고 있는 지대한 영향력을 새삼스럽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젊은 영화감독들도 열광할 정도로 미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은 새롭게 제작된 미드가 미국과 국내 방영되는 시점의 차이가 점차 좁혀지고 있음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미드 열풍 초기만 해도 미국에서 방영된 지 수년된 작품들이 어둠의 경로에서 확인된 인기를 등에 업고 방영되는 일이 비일비재했으나, 이제는 당당히 미국 방영과 거의 같은 시기에 국내에서도 전파를 타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1일 미국 쇼타임 채널에서 방영된 지 불과 3개월 만인 7월1일 국내에서 방영되며 화제가 되고 있는 <튜더스: 천년의 스캔들>(이하 <튜더스>)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경쟁 채널인 HBO가 2개의 시즌으로 제작한 시대극 <로마>를 통해 예상보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자 쇼타임이 부랴부랴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튜더스>는 익히 알려졌다시피 역사상 최대의 스캔들 메이커라 불렸던 튜더 왕가의 기린아 헨리 8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 헨리 8세 이야기는 이미 다양한 예술작품과 문화상품을 통해 되풀이되어 소개되었던 내용. 하지만 그 대부분이 이른바 ‘천일의 앤’으로 불렸던 두 번째 부인 앤 볼린의 이야기에 집중했던 것과는 달리 <튜더스> 시즌1은 10개의 에피소드 동안 젊은 왕 헨리 8세와 그의 첫 번째 부인인 캐서린 왕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그 때문에 많은 생략과 오류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잘 몰랐던 당시 역사적인 사실과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매번 방영이 끝날 때마다 인터넷 검색에 매달렸던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쇼타임의 <튜더스> 기획시점과 비슷한 시기에 할리우드에서도 앤 볼린의 언니 메리 볼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를 기획했다는 사실이다. 올 12월 개봉예정인 영화 <또 다른 볼린 여인>(The Other Boleyn Girl)이 바로 그 주인공. 이 영화는 에릭 바나가 헨리 8세로, 스칼렛 요한슨이 메리 볼린으로, 내털리 포트먼이 앤 볼린으로 출연하면서 벌써부터 올 겨울 시즌 기대작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2002년에 출간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의 존재는, 역설적이게도 미드의 기획력이 때로는 할리우드를 앞서 가거나 최소한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는 데 이르렀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미드와 영화 사이에 제작비, 소재 및 출연배우들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미드와 영화간의 경쟁 구도가 확연해지고 있다는 사실도 명확히 해주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나 우리나라에서도 정지우 감독이 영화로 제작 중인 <모던보이>와 유사한 설정의 드라마 <경성스캔들>이 먼저 방영되고 있는 중이다. <튜더스>의 사례와는 조금 다르지만, TV드라마가 발빠르게 움직일 경우 영화가 실제적인 부담을 안고 제작되어야 하는 상황이 우리나라에도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시청자 혹은 관람객의 시각에서 이러한 상황은 결코 부정적이지 않다. 본격적인 볼린의 여인들과 헨리 8세의 이야기를 다룰 <튜더스> 시즌2가 영화 <또 다른 볼린 여인>과 어떻게 차별화될 것인지, <튜더스> 팬들의 입장에는 매우 흥미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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