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이름으로 선정된 5개 영화사 중 3곳이 홍보·마케팅사다. 제작사나 투자사, 배급사에 비해 비교적 규모가 작고 자유롭기 때문인지 홍보·마케팅사 중에는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특이한 명칭이 많았다. 누구나 한번쯤 궁금증을 가졌을 법한 래핑보아는 영어 표기를 보지 않으면 은근 헷갈릴 이름. 랩하는 가수 보아도, 랩하는 보아뱀도 아닌 웃는 보아뱀(Laughing Boa)이라는 의미다. 그러니까 <어린 왕자>에 나오는 보아뱀의 유머 버전을 연상하면 제일 적당할 듯. 의외로 “술자리에서 농담처럼 나온 이름”으로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반면 유쾌한 확성기는 회사의 특성을 잘 살린 명칭이다. 공동대표인 류순미 실장이 싸이더스에 있을 때 속해 있던 팀의 별명이 확성기였다는 점에 착인했다. 입에 확성기를 대고 외치듯 정보를 퍼뜨린다는 의미다. “일 역시 웃고 떠들며 즐겁게 하는 사람들임을 강조”하기 위해 “유쾌한이라는 수식어를 덧붙였다”고 장보경 대표는 설명했다. 오락실은 겉보기에는 가벼운 느낌이 강하지만 외려 진중한 속내를 지닌 명칭이다. <논어>에 나오는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즉 배우는 것은 아닌 것만 못하고 아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구절에서 영감을 얻었다. 다섯 오(五), 즐거울 락(樂), 열매 실(實)을 가려 만든 이 명칭에는 “보고 듣고 말하고 느끼고 행하는 즐거움에 결실이 있는 곳”이라는 뜻을 담았다고. 이보라 대표는 “비난을 많이 받은 이름”이지만 “즐겁게 일하자는 개념을 담고 있으니 본래 뜻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웃음)”고 털어놨다.
현재 <스카우트>를 제작 중인 두루미필름은 김현석 감독의 생활신조를 담은 명칭이다. 어렸을 때부터 워낙 학을 좋아했던 김현석 감독이 제작사를 차리며 붙인 이름이다. “발음하기도 좋을뿐더러 두루두루 아름답고 고고하게 살자는 뜻”에서 비롯됐다고.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필름이라는 명칭을 넣었다. 영화사 명칭으로 쓰기에 적절하지 않은 것 같으나 한편으로 꽤 잘 어울리는 스폰지는 “구부리면 모양을 바꿀 수도 있는 유동적 느낌을 제일 중요시”한 이름. 조은운 대표가 제안했다. 공동대표인 조성규 대표는 “장우혁씨의 소속사이기도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스폰지엔터테인먼트와 오인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고 말했다. “그 회사의 사무실이 마침 압구정 스폰지하우스 바로 앞에 있다. 장우혁씨 팬들이 전화로 ‘우혁이 오빠 콘서트 언제 하냐’고 묻는 일이 종종 있었다.” 지난해 장우혁과 술자리에서 우연히 동석한 조성규 대표는 스폰지엔터테인먼트 사람들도 “기자 시사 언제 하냐”는 전화를 간혹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다행히 스폰지쪽은 “요새 그런 전화가 조금 덜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