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라는 분야의 창조성 때문일까. 충무로에는 유독 눈길을 끄는 이름들이 많다. 청어람, 백두대간, 신씨네, 필름있수다, 오락실, 래핑보아, 유쾌한 확성기, 올댓시네마, 스폰지 등. 어떤 명칭은 금방 알 것 같지만 어떤 명칭은 도통 짐작이 가지 않는다. 하긴 그 의미를 알아도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가벼운 외양과 달리 제법 진중한 풀이를 새긴 것도, 큰 포부를 담았으리라 짐작했건만 의외로 소박한 것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름이든 고심해서 고른 것인 만큼 지향하는 영화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을 보여주지 않을까. 가치관이라는 표현이 너무 거창하다면, 적어도 영화사를 세우며 마음에 품었던 소박한 바람이나 취향 정도는 충분히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영화사 명칭을 충무로의 지형도를 가늠할 지표 중 하나로 받아들인다 해도 우스울 것이 없다. 게다가 단어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충무로 브랜드네이밍도 꽤 근사한 목록을 갖췄다. 너무 유명해 익숙한 이름부터, 귀에도 입에도 낯선 생소한 이름, 한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이름까지. 영화사의 명칭과 그 뒷이야기를 모아 몇 가지 형태로 분류했다. 전적으로 편견이 가미된 분류지만 각각을 이해하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정리하기 위해 애썼으니 이에 유념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