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진-green home’전 | 7월4~14일 | 노화랑(02-732-3558)
“초록 식물을 워낙 좋아합니다. 그림에 등장하는 풍경은 살고 있는 동네의 일상풍경. 그 익숙한 풍경들을 낯설게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들은 그 주변의 자연환경을 임의로 컨트롤하고 구조마저 변경해 사물화시키고 있잖아요. 작품 속에 손가락을 닮은 캐릭터는 스스로 독립된 정체성을 잃고 획일화된 인간들의 모습이고요. 가느다란 실은 뭔가를 만들 수 있는 최소 단위라고 할 수 있는데, 길게 늘어진 그 실타래는 인간만의 쉼터나 임의의 파라다이스를 만들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겁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은 결국 자신만의 아지트를 거미집처럼 짓고 있는 모양새가 아닐까요?”
송명진의 그림은 시간이 멈춘 녹색 풍경이다. 흔히 녹색은 파릇한 생명력이나 생동하는 에너지의 상징이다. 하지만 송명진의 붓끝에선 일상의 풍경이나 녹색마저 낯설게 느껴진다. 친숙하면서도 왠지 생경한 낯섦. 상반된 두 가지의 감정을 동시에 발산한다는 점이 송명진 회화의 남다른 매력이다.
화면 전체를 빡빡하게 채운 식물 군상은 기묘하거나 혐오스런 동물 모습에 가깝다. 어느 날 작업실 근처 밭에서 굉장히 실한 대파들을 보며 받은 영감이라고 한다. 하나하나 볼 땐 매끈하게 잘생긴 반찬거리에 불과하지만, 서로 몸을 부비며 빼곡하게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너무나 갑작스럽고 낯설었다. 한편으로 그 녹색은 또 다른 상상의 세계로 나를 인도하고 있었다.
그림은 얼핏 그래픽 디지털 프린트를 연상시키지만, 실제로 보면 아주 정밀한 수작업으로 완성한 회화 작품이다. 일상의 녹색이 풍기는 가벼운 질감은 작가의 세심한 손놀림을 거치며 어느새 평면적이지만 독특한 공간의 깊이를 지닌 녹색 풍경으로 태어난다.
송명진은 일상에서 방치된 개천길, 교각 밑으로 펼쳐진 거친 풀밭, 콘크리트 벽 위로 드러난 하수구 등 평소 시선이 가지 않았던 척박한 장소에 주목한다. 이렇게 익숙했던 풍경들을 단순화하고 자연스런 공간의 깊이를 걷어내고 인위적이고 비현실적인 낯선 풍경으로 새롭게 만든 것이다. 도식화된 풍경은 인간에 의해 본질을 잃고 사물화된 자연의 현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곳곳에 등장하는 손가락 캐릭터는 모든 것을 도구화하고 스스로도 도구화된 현대인의 모습이다. 심지어 풀과 나무의 흔들거림은 있지만 시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질적인 화면은 더욱 현실과 거리가 먼 낯선 공간으로 보는 이를 끌어들인다.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집, 건축물, 캐릭터들은 바로 송명진만의 파라다이스를 보여준다. 그녀의 ‘녹색정원-Green Home’에 초대된 이라면 누구나 색다른 상상의 세계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