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버라이어티쇼의 ‘끝장’을 추구한다는 MBC <무한도전>이 어느새 탄생 2주년을 스르륵 돌파했다. 무모하게 무한대의 도전을 감행하는 기본 성격 때문인지 노화를 잊은 채 여전히 예능프로그램의 지존으로 군림 중이다. 특히 6월23일과 30일 유 반장(유재석) 이하 식스 멤버가 필리핀으로 룰루랄라 휴가를 떠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제작진의 마수(?)에 걸려 인적없는 섬에 상륙해 고군분투하고 말았다는, ‘정말 몰랐을까’ 싶은, 믿거나 말거나의 특집 ‘무인도 에피소드’는 다시 한번 시청자의 허파에 바람을 듬뿍 공급하며 <무한도전>의 마력을 되새김질했다.
앞으로 얼마나 오래 이 프로그램이 “‘하자’ 캐릭터들의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는 당위성을 납득하게 만들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두 가지 면에서는 두고두고 박수를 받아도 족할 것이다. 유익함에 대한 예능프로그램의 콤플렉스를 벗어던졌다는 것과 한국식 ‘오리지널리티’를 품었다는 것이 그것이다.
머리 크고 많이 먹고 다리 짧고 뚱뚱해도 실은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연예인들일진대 시청자는 이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적극 개입해 같이 웃고 투덜대며 1시간을 보낸다. 그 친밀한 재미는 감동과 공익의 키워드가 없으면 왠지 저급이라 욕먹을 것 같아 찜찜해지는 예능계의 오랜 불안증을 일소했다. 멤버의 집을 습격해 옷장까지 뒤적이며 한바탕 소동을 피우는 것이 반지니, 융단이니를 감정하며 어쭙잖게 경제를 논하는 것보다 공익적인 정보는 없을지언정 열등한 시도라고 말할 수 없다. 적어도 인간을 들여다보는 사소하지만 뜻밖의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형식의 발상에서 한국 예능프로그램은 오래전부터 일본 프로그램에 상당 부분 신세를 져왔다. 그러나 <무한도전>만큼은 독창성에서 크게 찔려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간혹 이 프로그램도 일본 예능프로그램을 참고했다는 의혹을 받지만, 애드리브만으로 이뤄진 시트콤마냥 캐릭터의 유기적인 어울림에 의존하고 있는 방식은 ‘한국산’이다.
<무한도전>은 한국 최초의 리얼 버라이어티쇼라 자칭하고 있지만 어떤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그것을 따라잡은 연예인의 좌충우돌 고생담과 맨 얼굴을 들여다보는 방식은 놀랄 만한 특허품은 아니다. 일례로 일본 <아사히TV> <이키나리! 오공덴세쓰>(황금전설) 같은 예능프로그램도 ‘산속에서 2박3일 생활하기’ 등 개그맨들에게 어떤 과제를 던진 뒤 그것을 수행하는 지난한 과정을 ‘리얼하게’ 추적한다. 공교롭게도 6월28일 이 프로그램도 ‘무인도에서 0엔으로 생활하기’ 편을 3시간 특집으로 방송했다.
무인도에 툭 던져졌다는 설정이 같다고 두 프로그램의 친분을 언급하려면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일본 프로그램이 어떤 목표를 달성해가는 동안의 고단함과 그 과정에서 번득이는 기지, 그리고 진통 끝에 목표에 ‘골인’했을 때의 감동 등에 주목한다면 <무한도전>은 늘 무엇인가를 도전하지만, 그것에 실패하기도 하고, 아예 그 도전을 까먹은 채 배를 몰고 산으로 가기도 하는 멤버들의 자유분방한 드라마를 보여준다. 특별한 연출없이 어떤 상황에 멤버들을 방목해놓은 듯 보이지만, 멤버들의 옆모습이나 찰나의 대화를 세밀하게 포착하는 제작진의 시선과 손맛은 거짓없는 숨겨진 2인치를 제시하며 발견의 자극과 참견의 욕구를 자아낸다.
신체적인 특징 등으로 ‘평균 이하’를 강조하는 캐릭터의 정겨움이나 나와 타인의 벽이 무례할 만큼 낮은 한국식 집단문화의 흔적에 좀 질릴 때도 있다. 그럼에도 두런두런 사람들이 모여 벌이는 동네의 소사와 닮은, ‘몸 개그’과 수다가 불타는 <무한도전>의 드라마는 단절한 채 살면 외로워질 것 같은 중독성을 지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