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록밴드라고 불리고 싶지 않다는 의도를 갖고 있었어요.” 4인조 밴드 도나웨일의 리더 윤성훈(31, 기타)이 말한다. “모던록이라는 단어가 주는 한정된 가치나 컨셉 같은 게 싫었던 것 같아요.” 윤성훈과 함께 곡을 쓰는 유진영(28, 보컬 및 키보드)이 맞장구를 친다. 테이블 구석에서 언니, 오빠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정다영(20, 베이스)은 고개를 끄덕인다. 이들과의 인터뷰 자리는 확실히 저마다 각각인 사람들과의 만남이란 느낌이 한번에 와닿는다. “예전에는 가사보다도 사운드의 감성과 뉘앙스를 더 중시했다”는 윤성훈과 “가사는 당연히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유진영. 윤성훈은 스물한살 때 286비트 컴퓨터로 기타, 베이스, 드럼을 모두 넣어 밴드 음악을 만들었던 게 자신의 첫 자작곡이고, 유진영은 고1 때 친구에 관한 가사를 입혀 완성한 곡이 자신의 첫 자작곡이다. 유진영은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예민했던 사춘기 때부터 음악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었다고 한다. 그는 이번 앨범에서 <꽃이 지다>라는 자신의 자작곡에 가장 큰 애착을 가졌다.
이들 앨범에서 킬링 트랙이라 할 만한 <Echo>는 “거칠면서 아련하고, 행복과 슬픔이 뒤엉킨” 모순된 감정들을 담아 윤성훈이 작곡한 것이다. 그는 지난 봄에 일본 포스트록밴드 모노의 라이브를 다녀온 뒤로 요즘 포스트록을 많이 듣고 있다고 한다. “원래는 냉랭하고 감정을 억누른 음악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나도 울고 싶고, 나도 힘들고 나도 아프다고 말하고 싶어졌어요. (웃음)” 클래식 건반을 배우다가 고등학교 때부터 베이스를 잡았다는 정다영은 굳이 말을 걸지 않으면 조용한 성격이지만 말을 할 때의 표정은 밝은 편이다. “기타랑 놓고 고민하다가 골랐는데, 잘한 것 같아요. 저랑 어울리는 악기 같기도 하고.” 아직 자작곡이라 할 만한 건 없고 끼적인 정도라고. 정다영은 엘리엇 스미스와 시규어 로스, 다프트 펑크를 좋아한다.
드러머 김민준(25)이 개인사정으로 불참한 상태에서 모인 이들 셋을 묶을 말을 고민하는데, 암만 해도 적절한 건 밴드명 ‘도나웨일’뿐이다. 여자라는 뜻의 ‘도나’와 고래를 합친 이 이름은 윤성훈이 아이디어를 냈고 멤버 전원이 찬성했다. 아주 오래전엔 육지에 살았다던 포유류는 어쩌다 깊은 바다 아래로 가라앉았을까. 그 신비함이 이들을 매료시킨 것 같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있겠죠. 앞으로 어디로 갈지 우리도 몰라요.”(윤성훈) “사람들 마음에 위로가 됐음 좋겠어요. 제가 쓴 곡이 저 자신에게도 위로가 되는 것처럼.”(유진영)
<donawhale> 파스텔뮤직 발매
라디오헤드와 콜드플레이를 연상시키는 사운드와 이들 브릿팝의 감성을 한국식으로 매끄럽게 잘 소화한 모던록 음반이다. 정서적으로 꾸미지 않으려고 노력한 솔직한 기타 사운드, 가벼움과 진지함의 경계를 잘 줄타기한 보컬, 곡의 맥락을 만들어주면서 유치하지 않은 이펙트 사용들이 다음 앨범에 대한 여러 가능성들을 시사한다. 추천 트랙은 <Feb> <Echo> <Hole>. 포크록의 색깔이 느껴지는 <Feb>는 ‘복고’라는 특정 스타일에 대한 자의식이 없이도 한국의 록사운드에 대한 향수를 자연스레 불러일으킨다. 들을수록 끌리는 트랙. 해파리소년의 리믹스 트랙으로도 함께 실린 <Echo>와 타이틀곡 <Hole>은 리더 윤성훈이 말하는 “차갑고 냉랭한” 정서가 식상하지 않은 멜로디와 어우러진 매력적인 록넘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