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이 지나면 3집까지는 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거, 프로젝트 하고 싶어요. 노래하는 사람으로서의 즐거움이 있다는 걸 알았거든요.” 임주연은 잘 웃는다. 말하기 전에 적절한 단어를 생각하듯 큰 눈을 깜박거리며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하지만 말투는 느릿하고 놀리고 싶을 정도로 솔직하다. 단정하고 정리가 잘된 첫인상의 노래와는 다르게 빈틈이 많은 것 같지만 그렇다고 허술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한철씨가 문예진흥기금 신청을 넣었는데 덜컥 선정이 된 거예요. 그래서 정말 안 하면 안 되는구나, 그래서 앨범 작업을 했어요”라는 그녀가 데뷔한 계기도 흥미롭다. 과제로 제출한 <가려진 마음>을 들은 정원영 교수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 나가보라고 했을 때 그게 뭐냐고 되묻던 그녀는 ‘상 타면 돈 받는다’는 정 교수의 말에 냉큼 출전해 상도 타고 돈도 받았다.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 입학한 직후부터 봄여름가을겨울의 세션으로 활동하며 사랑과 평화의 송홍섭과 인연을 맺은 그녀는 그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송홍섭 선생님이 제일 고마울 거예요. 음악적으로든 그냥 사는 거로서든 저한테 해주신 말들을 잊을 수가 없을 거예요. 왜 다들 대장님이라고 부르는지 알겠더라고요.” 1집을 내면서 음악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 이 풋풋한 싱어송라이터는 음악에 대해서 얘기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이 시대가 외롭고 쓸쓸하다고 말한다. 과연, 창작자에게 불안한 미래보다 더 현실을 위협하는 일은 소통을 무화하는 외로움이다. 그녀는 어떻게 그 고독과 친해질까. “점점 더 잘하고 싶어져요, 제대로. 그래서 이 앨범은 좋은 만큼 많이 아쉽고요. 준비된 사람의 느낌이 아니라서 반성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궁금하다, 이 젊은 음악가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음악의 요소는 무엇일까. “그건, 진심이에요.” 오케이, 우리는 적어도 5년 뒤에 그녀의 3집을 만나게 될 것이다.
<상상> 서울레코드 발매
거친 질감의 이펙트와 몽롱한 리버브가 한차례 소나기처럼 휘몰아치고 나면 고즈넉한 사운드스케이프가 펼쳐진다. 단아한 건반 연주 위로 무심한 듯 흐르는 임주연의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이 아름다운 풍경은 ‘가려진 마음’의 인상적인 구성이자 그녀의 첫 앨범 <상상>의 한 단면이다. 2002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은상을 수상한 <가려진 마음>과 쓸쓸하기까지 한 서정의 <봄이 오네>가 임주연의 정적인 단면이라면 타이틀곡 <상상>을 비롯해 <머릿속을>, 보너스 트랙 <꽐라송>에 이르는 재즈적인 장난기, 솔과 스윙, 블루스에까지 닿아 있는 감수성은 그녀라는 스펙트럼의 단층들이다. 물론 이 사운드는 노련하기보다 풋풋하다. 하지만 그 여백이야말로 임주연이라는 싱어송라이터를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