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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이 감독들을 소개합니다!
정재혁 2007-07-03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로 만나는 주목할만한 일본 감독 3인

영화를 보면 감독이 궁금해지는 작품들이 있다. 똑같은 이야기라도 흐름을 매만지는 손길이 남다르게 느껴지는 영화들.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상영작 중에서도 그런 순간들이 있다.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의 야자키 히토시, <인 더 풀>의 미키 사토시, <신동>의 하기우다 고지가 그 주인공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자신만의 스타일로 영화를 만들고 있는 일본의 세 감독을 소개한다.

여성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손길 _야자키 히토시

야자키 히토시. 그의 작품을 기다리는 건 힘이 든다. 1980년 <오후의 미풍>으로 감독 데뷔한 뒤 거의 10년마다 한편씩 만들고 있는 그는 2006년이 돼서야 네 번째 장편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를 만들었다. 1991년에 발표한 <3월의 라이온>과 2000년에 만든 <꽃을 꺾는 소녀와 벌레 죽이는 소녀>까지 포함해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단 네편의 장편과 한편의 단편이 올라 있다. 매우 과작인 셈이다.

1956년생인 야자키 감독은 여성의 감정을 포착하는 재주가 뛰어나다. 일본의 한 영화평론가는 “그에겐 사람을 끌어당기는 페로몬이 있다”고 평했다. 데뷔작인 <오후의 미풍>은 레즈비언의 일상을 투명하게 그린 작품. <3월의 라이온> 역시 남매의 사랑을 신화처럼, 대담하고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95년에는 일본 문화청의 지원으로 런던에서 유학했으며 당시의 기억으로 <꽃을 꺾는 소녀와 벌레 죽이는 소녀>를 찍었다. <꽃을 꺾는 소녀와 벌레 죽이는 소녀>는 호텔에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며 발레를 배우는 여자의 이야기다. 은밀한 화법으로 여자 주인공들에게 말을 거는 야자키 감독. 이제는 ‘과작의 감독’이란 이미지를 피하고 싶다고 했으니 그의 차기작을 다시 한번 기다려봐야겠다.

말장난은 의외로 웃기게 헤엄친다? _미키 사토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유머 감각, 닮은 발음을 따라 수도 없이 오가는 말장난. <인 더 풀>의 미키 사토시 감독은 독특한 코미디 연출로 인정받고 있는 사람이다.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와 드라마 <시효경찰> 시리즈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이제는 한국에도 많은 팬을 갖고 있다. 연극, TV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영화, 드라마 등 현재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방송작가 출신 감독. 그가 기획한 버라이어티 쇼 <트리비아의 샘>은 국내 TV쇼 <스폰지>의 모델이 된 프로그램이다. 그는 현재도 <요미우리테레비>에서 <시마다신조가 올스타의 여러분에게 연예계의 어려움 가르치는 스페셜!>이란 이름의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미키 사토시의 작품은 유쾌하고 엉뚱하다. 그의 각본은 보통 영화의 그것보다 1.5배 이상 두껍다고 하는데 사실 그의 코미디가 빛나는 순간은 극중 인물의 설정과 대사가 절묘하게 들어맞을 때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의 소심한 스파이들이 방송으로 전하는 긴급 소집 암호는 영화가 구축해놓은 설정 안에서 폭소를 터뜨린다. ‘남쪽 나라 분위기로 피곤한 당신을 초대하고, 그랜드 캬바레의 화이어 댄스’라니. 전봇대에 붙어 있는 손톱 크기만한 스파이 모집 광고나 트렁크가 지나가는 바닥 위로 그려지는 엔딩 크레딧도 잊기 힘든 장면이다.

유난히 오다기리 조와 함께 작업을 많이 해온 그는 현재 신작으로 영화 <전들>을 준비하고 있다. <전들>은 방종한 생활로 빚더미에 앉은 대학 8년생이 주인공인 이야기. 이번에도 역시 오다기리 조가 출연한다. 전작보다는 “좀더 노스탤지어한 느낌”이 강해진다고 하니, 미키와 오다기리의 재회를 기대해보자.

이야기로 관객의 감정을 쥐락펴락! _하기우다 고지

사실 <신동>의 만듦새는 그리 좋지 않다. 인물들의 설정과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방식이 다소 진부하고 사건을 구축해나가는 힘도 떨어진다. 하지만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인만큼 음악을 통해 주인공의 감정을 전달하는 역할은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 특히 주인공이 피아노를 연주하기 전과 후, 영화의 분위기는 확연하게 달라진다. 좀더 부드러워지거나, 다소 허탈해지고, 때로는 강렬한 진동에 몸을 가두지 못하는 경험을 이 영화는 선사한다.

가와세 나오미, 야마모토 마사시의 조감독을 거쳐 1993년 <당신이 건강하게 해주면 기뻐>로 감독 데뷔한 하기우다 고지 감독은 상처와 과거를 가진 인물들을 화해의 길로 이끈다. 그가 2004년에 만든 영화 <귀향>은 고향을 떠나 살던 남자가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가 과거의 기억들과 마주하는 이야기.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가는 인물의 심리가 <신동>의 주인공들을 떠올린다. <정열대륙> <인간극장> 등 TV다큐멘터리를 연출한 바 있는 하기우다 감독은 인물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 이야기를 듣는다. 그 방식이 부드러워 마치 “음악을 들려주듯”하다. 특히 그가 연출했던 스타다큐 프로그램 <정열대륙>의 오구라 유코 편은 음악과 스타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매치된 작품. 사람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음악에 싣는 능력에 한해서라면 하기우다 감독은 신동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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