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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있수다] 종영입니까?
이다혜 2007-06-29

점점 더워지는 요즘, 유일한 삶의 낙은 주말 심야에 보는 블록버스터 영화들과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문자 그대로 무더위를, 짜증을 잊을 정도로 웃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엉뚱한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이민용 때문이다. 토크쇼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의 <거침없이 하이킥> 스페셜에 출연한 이민용은, 자기는 극중 모든 여자 출연자과 이야기가 걸린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나문희 아들이고, 신지 전 남편이고, 서민정 남자친구고, 유미의 담임이고, 해미의 앙숙 ‘도련님’이다. 상상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거침없이 하이킥>이 만일… 만일 말이다….

만일 <거침없이 하이킥>이 할리퀸로맨스나 순정만화라면 이민용은 유미와 사귀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혼만 내는 듯하지만 속정 깊은 선생님과 천방지축이지만 예쁜 여제자. 만일 장르가 에로라면 이민용은 해미와 불륜의 관계가 되었을지도. 뭐, 아님 말고. 만일 장르가 로맨틱코미디라면 이민용은 신지와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둘이 이어졌을 것이다. 헤어졌던 연인이 서로의 진가를 다시 발견한다는 이야기는 꽤 흔하지 않나. 하지만 만일 장르가 명랑만화라면 이민용은 서민정과 만화 같은 짓을 연발하며 로맨스를 키워갔을 것이다. 사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시트콤이라는 구분은 이쪽, 즉 명랑만화쪽에 해당한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종영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엉뚱한 상상을 하다가도 생각이 종영에 미치면 마음이 짠해진다. 할리퀸로맨스건, 에로건, 로맨틱코미디건, 명랑만화건, 어떻게 되건 <거침없이 하이킥>을 즐겁게 볼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지만 종영과 동시에 모든 이야기는 마침표를 찍는 수밖에 없다. 가능성은, 상상에나 존재할 것이다. 만약 이랬다면 어떨까 하는 가능성도 호기심도 마지막이라는 말 앞에서는 자취를 감출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고 인생 아닐까. <ME>의 마지막은, 이번 62호다. 아직도 할 이야기가 많지만, 이젠 그 모든 것을 언제 올지 모르는 시즌2, 혹은 또 다른 이름의 무언가로 미루어야 한다. 그동안 사랑해준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거침없이 하이킥> 만큼은 아니었어도, 극장에서 <ME>와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신 분들이 계시다면, 참으로 기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