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주 감독의 <해녀의 노래>는 해녀의 노래 <이어도사나>를 모티브로 고된 일상과 비극적인 역사에 상처받은 제주도 해녀들의 삶을 뒤쫓는 다큐멘터리다. 홀로 기획하고 연출하고 촬영하고 편집까지 도맡은 열정과 노고에 대한 보상일까. <해녀의 노래>는 마이애미여성국제영화제, 밀라노국제영화제 등 4개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마이애미여성국제영화제와 밀라노국제영화제가 모두 4월에 열리는 바람에 이민주 감독은 밀라노행을 택했지만 결국 그에게 상을 안긴 곳은 마이애미였다. 4월 발표된 수상결과를 6월 초에나 들었다는 그에게 <해녀의 노래>에 관해 물었다.
-국제다큐멘터리 단편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기분이 어땠나. =좋았다. (웃음) 영화제 다녀왔을 때 주변 사람들이 상이라도 하나 받아왔냐고 하면 멋쩍더라.
-어떻게 해녀라는 소재에 관심을 갖게 됐나. =소리에 관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MBC 라디오 프로그램인 <우리 소리를 찾아서> 같은. 요즘 사람들이 더이상 부르지 않는 사라진 옛 노래들이 있지 않나. 노동요 중에는 농업노래, 어업노래 등이 있는데 농업가 같은 경우 산업화의 여파로 이제는 찾을 수 없다. 다행히 어업노래의 일종인 해녀의 노래는 아직까지 남아 있다. 처음부터 해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수중촬영도 그렇고 힘든 점이 많았을 것 같다. =서울예술대학에서 교수로 근무하고 있어 제주도까지 왔다갔다하는 게 좀 어려웠다. 방학 동안 찍고 나머지 기간에는 편집하기를 반복했다. 사실 현장에서 해녀를 찍는 것이 가장 힘들다. 방송사라고 하면 싫어한다. 시간을 갖고 학교에서 나왔다고 설득했더니 차츰 마음을 열더라.
-영상을 보니 한 여성이 동행하는 것 같던데.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면서 해녀의 노래를 연구하는 분이다. 내가 서울말씨로 접근했으면 어려운 부분이 있었을 텐데 그분이 제주도 출신이라 대답들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전에는 어떤 작품을 만들었나. =50분짜리 연출물은 처음이다. 17년 동안 MBC 영상국에 있었다. 10년 전쯤 한국전쟁이 끝난 뒤 제3국을 선택한 포로들을 담은 <76인의 포로들>이 방송사 있을 때 작업한 것 중 특히 회자된 작품이다.
-TV나 스크린으로 상영할 계획은 없나. =이 작품을 만들면서 정보통신부 HD 진흥사업의 일환으로 펀딩을 받았다. 완성된 작품을 공중파나 위성에 방영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었다. MBC, KBS와 컨택했는데 공중파쪽은 작품을 방영하면 그 저작권을 가져가는 게 원칙이다. 결국 SKY HD에서 무료로 방송했다. 물론 공중파나 다큐멘터리 상영관에서 더 많은 관객과 만났으면 좋겠다. 공중파의 횡포라고 할 수 있을 저작권 문제 때문에 상영 기회가 부족해서 아쉽다.
-지금 준비 중인 작품이 있나. =두세개가 있지만 모두 기획단계다. 전통 무용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생각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