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을 앞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초속 5센티미터>의 크레딧에는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 바로 30여명의 스탭 중 유일한 한국인인 문현희씨다. 고등학교 졸업 뒤 바로 일본으로 건너가 줄곧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활동해온 그녀는 <초속 5센티미터>에서 작화 보조와 원화를 담당했고, 임신한 상태에서도 작업에 손을 놓지 않았을 만큼 열정이 남다르다. 출산을 위해 잠시 한국을 찾았지만, 아이를 낳으면 곧장 돌아가 일에 전념할 것이라는 문현희씨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초속 5센티미터>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작화감독인 니시무라 다카요와 예전에 한 회사에서 같이 일한 적이 있다. 함께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너무나 하고 싶은 마음에 당시 다른 회사를 다니고 있었음에도 하겠다고 했다. 낮에는 회사를 나가고 밤에는 집에서 동화 작업을 해서 넘겨주는 식으로 일하다가, 3개월 뒤에는 아예 회사를 나와 이쪽에 합류했다.
-스탭 중 유일한 한국인인데, 그런 점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반대로, 인기가 굉장히 좋았다. (웃음) 신카이 감독님이 워낙 한국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 한국어를 가르쳐달라고 하기도 하고. 나도 일본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불편함도 없었고. 한국인이기 때문에 어려웠던 점은 전혀 없었다.
-일본에는 언제, 어떻게 가게 됐나.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갔다. 애니메이션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한국에는 괜찮은 교육기관이 없기 때문에 일본에 가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쪽에서 애니메이션 전문학교를 다녔고, 다행히도 졸업 전에 스튜디오에 취직이 돼어 본격적으로 일하게 됐다.
-신카이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워낙 유명한 분이라, 작업을 하기 전에도 익히 알고는 있었다. (웃음) 직접 일하면서 알게 된 신카이 감독님은 일에서는 굉장히 치밀하면서도, 인간관계에서는 한없이 착하고 순한 분이다. 스탭들에게 절대 화를 내지 않고, 상대에 상관없이 항상 예의가 바르고. 감독이란 게 일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신카이 감독님을 보면서 새삼 깨달았다.
-작화, 원화일을 주로 해왔는데 연출에 대한 욕심은 없나. =물론 있다. (웃음) <초속 5센티미터>를 마치고 쉬는 동안 구상도 많이 했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아직은 정확한 형태가 잡히지 않았지만, 생각만 명확히 정리된다면 언제든지 도전해볼 생각이다. 당장 1년, 2년 내에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니까, 길게 보고 있다. 애니메이션 일을 계속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내 작품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