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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있수다] 미래를 안다 한들
이다혜 2007-06-08

미래를 알면 바꿀 수 있을까. 원하는 대로 미래를 바꾸면 큰 시야로 보는 인생이 더 나아질까. <넥스트>는 2분 정도 앞의 미래를 볼 수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겨우 2분 미리 안다고 뭐가 달라질까 할 수도 있지만, 극중 크리스(니콜라스 케이지)는 도박에서 돈을 쉽게 따거나 경찰이 체포하러 올 것을 내다보고 미리 피하거나, 심지어 총알을 미리 피할 수도 있다. 게다가 사랑하는 여자와 관련돼 있으면 2분이 아니라 더 앞의 미래도 볼 수 있다. 크리스는 미리 ‘본’ 미래에 따라 현재를 바꾼다. 그래서 그는 행복해질까? <넥스트>를 보면, 미래를 볼 줄 아는 크리스라고 해서 더 나은 미래를 선택할 수 있으리라는 낙관을 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사랑하는 여자와 만난다고 해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2분 뒤에 올 정부기관 사람에게서 당장 도망친다 해서 더 나은 삶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해봐도 예측이 끝난 시점 이후의 미래를 정확히 알기란 힘들다. 나아 보이는 미래를 선택하는 게 근시안적인 오판이 될 수도 있다.

2분은 고사하고 2초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사는 인생인지라, 되돌아보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결정들이 근본적으로 글러먹은 것이었던 경험들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크게 싸웠던 친구와 어렵사리 화해했건만 몇년 지나니 결국 썰렁하게 아무것도 아닌 사이로 남았던 일, 간절히 원했던 일을 하게 되었는데 결국 실망만 하게 된 일. ‘소원을 빌 때는 조심하라’는 격언이 있다. 눈앞의 소원을 이룬다고 인생이 나아지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말이다. 세 가지 소원을 이룰 기회를 얻었으나 부부싸움만 하다가 소원을 다 날린 우화 속 인물들처럼. 미래에 이게 있으면 더 나아지겠지, 하는 터무니없는 낙관은 하루빨리 버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이문세 노랫말대로 우리는 결국 날지도 못하고 울고, 소원을 마음대로 이룰 수 있는 신의 힘 따위는 가지고 있지도 않으니까. 그리고 돌이켜보면, ‘나쁜’ 경험 덕에 배운 것도 많고, 그 덕에 좋은 게 어떤 건지도 알 수 있게 되었잖는가. ‘나쁜’ 미래가 보여도 뛰어들게 되는 연애가 있고, ‘좋은’ 미래가 보여도 도망가게 되는 일도 있으니까, 인생은 예측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