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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봅시다] 잭 스패로우의 모험담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박혜명 2007-06-07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를 둘러싼 전설과 신화들

잭 스패로우와 그 일행의 스펙터클한 항해기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는 바다 전설과 해적사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빌려 이야기를 꾸미고 있다. 몰라도 상관은 없겠지만 알고 보면 훨씬 재미있는, 17세기 카리브해에 관한 몇 가지 상식들.

1. 칼립소 Calypso

<오디세우스와 칼립소>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이하 <캐리비안의 해적3>)에서 바르보사와 잭 스패로우 일당이 소환하는 여신 칼립소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따르면 아틀라스의 딸, 바다의 님프다. 전설의 섬 오기기아에 살았던 칼립소는 트로이전쟁을 끝내고 귀향 중에 표류한 오디세우스를 맞아 보살피다가 사랑에 빠졌는데,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그를 끝내 막지는 못했다. 사랑한 사람의 귀향길이 편안하도록 순풍을 주었다는 이 여신이 영화에서는 사랑의 언약이 깨어진 것에 분노해 바다 한가운데에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각색’된다. 이렇게 거대한 소용돌이로 배를 난파시키는 힘을 가진 존재가 그리스 신화에서는 카립디스(Charybdis)라는 괴물이다. <캐리비안의 해적3>의 칼립소는 아마도 이 괴물과 <오디세이아>의 칼립소가 뒤섞여 만들어진 존재인 듯하다.

2. 크라켄 Kraken

2편에서 잭 스패로우를 잡아먹고 3편에서는 처참한 시체로 등장하는 바다 괴물 크라켄은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해안 근처에 산다고 알려진 전설의 존재다. 뱃사람들에게 종종 ‘떠다니는 섬’으로 오인될 만큼 무시무시한 크기를 가졌다는 이 괴물은 문어를 닮았으며, 노르웨이의 자연사 책에 따르면 “일단 배를 움켜잡았다 하면 바다 밑바닥까지 단숨에 끌고 내려가는” 성질을 가졌다. 18세기 문서에는 크라켄이 주로 바다 밑바닥에 살면서 3개월간 먹고, 3개월간 소화를 하는 습성을 가졌다고도 묘사된다. 이 괴물의 전설을 만든 원형은 실제로 바다에 서식하는 13m짜리 대형 오징어라고. 크라켄은 영국 시인 앨프리드 테니슨의 시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으며, 쥘 베른의 <해저2만리>에 등장하는 대형 오징어 괴물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3. 플라잉 더치맨 The Flying Dutchman

플라잉 더치맨 컨셉 아트

<캐리비안의 해적3>에서 모든 해양 세력을 위협하는 최강의 존재는 플라잉 더치맨이다. 배의 이름인지 선장의 이름인지가 사실 명확하지 않은 ‘플라잉 더치맨’은 평생 바다를 떠도는 저주의 유령선. 이 전설의 근원으로 추측되는 이야기들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유력한 것 중 하나는 17세기 네덜란드 선장 버나드 포크의 이야기다. 그는 네덜란드와 서인도제도 사이를 항해하면서 매번 자신의 최고 속도 기록을 습관처럼 경신하는 뱃사람으로 유명했는데, 그게 가능했던 까닭은 그가 악마와 모종의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남아프리카 희망봉 항해에 올랐을 때 포크 선장은 사나운 폭풍을 뚫고 갈 배짱을 부렸고, 선원들은 만류했으나 그는 “주님 심판의 날까지 헤매는 한이 있더라도 저걸 통과하고 말겠노라” 장담했다. 난파된 것은 당연한 결론이고, 신 앞에 불경했던 포크 선장과 이 배가 플라잉 더치맨이 된 것이라고 한다.

4. 데비 존스의 상자 Davy Jones’ Locker

잭 스패로우를 사막 한가운데에 가두었던 무서운 형벌의 상자, ‘데비 존스의 함’은 1751년에 최초 언급된 것으로 알려진 일종의 뱃사람들끼리의 용어다. ‘데비 존스’란 말 자체가 바다의 악마 또는 악령을 지칭하는 속어이고 데비 존스의 함은 깊은 바다의 맨 밑바닥을 가리킨다. 즉 데비 존스의 함으로 보내어진다는 것은 바다에서 죽어 없어진다는 뜻이며 ‘너를 데비 존스에게 보내버리겠어’는 ‘너를 죽여버리겠어’와 같은 뜻인 셈.

5. 해적 법전의 작성자들

영화에서 해적 법전의 작성자들이라고 언급된 모건과 바솔로뮤는 해적사의 황금기였던 17세기를 장식한 거물들이다. 웨일스 농가에서 태어난 헨리 모건(1635~88)은 대영제국의 승인 아래 카리브해 일대에서 최대 원정대를 거느렸던 해적으로, 10년간 수많은 스페인 상선들을 약탈하면서 기사 작위를 받고 자메이카 총독을 지냈으며 ‘재테크’에도 밝아 해적 시절 챙긴 재물들로 여생을 편하게 살았다고 한다. 남부 웨일스 출신의 바솔로뮤 로버츠(1682~1722)는 해적들의 황금기 시대 마지막을 장식한 대해적. 30개월 동안 400척 이상의 배를 나포했고, 프랑스 전함의 총독을 배의 활대 끝에 매단다든지 몸값을 내지 않는 노예선들을 선원들과 함께 일체 불태워버릴 정도로 악명이 높았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에 카리브해를 비롯해 아메리카 식민지, 서아프리카 해안은 전부 공포에 떨고 지냈다. 그는 영국 전함과 전투를 벌이다 포도탄을 맞고 처참히 즉사했다. 3편에서 이 법전을 들고 근엄하게 나타난 선장이 누군지는 알아보았는지? 롤링스톤스의 멤버 키스 리처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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