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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디 혼과 잉그리드 버그만의 연기대결, <선인장 꽃>

EBS 6월 3일(일) 오후2시20분

브로드웨이의 히트작을 영화화한 <선인장 꽃>은 캐릭터에서 이야기를 건져 올리는 작품이다. 인물들 각각의 성격과 그들의 관계가 매번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낸다. 때로는 억지 설정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캐릭터에 의존하는 영화답게 관계가 풀려가는 미묘한 과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엇보다 캐릭터에 살을 붙여가는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영화 곳곳에서 펄떡거린다.

토니(골디 혼)는 아버지뻘 되는 치과의사 줄리안(월터 매튜)과 사랑하는 사이지만, 줄리안은 토니와의 결혼을 망설인다. 그는 토니에게 자신이 아이들을 둔 유부남이라고 속인 채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토니는 자살을 결심하나, 때마침 나타난 이웃 남자 이고르(릭 렌즈) 덕에 살아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줄리안은 토니와의 결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토니는 줄리안의 아내를 만나고 싶어하고, 줄리안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간호사인 스테파니(잉그리드 버그만)에게 가짜 아내가 되어줄 것을 부탁한다. 오랜 시간 줄리안에게 연정을 품었던 스테파니는 그의 제안을 승낙한다. 그렇게 이들은 만나지만, 한번 거짓말의 덫에 빠져든 관계는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거짓말이 확장되면서 이들이 맺는 관계들도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고 상황은 줄리안의 손아귀를 벗어나 흥미진진한 역할극이 되어버린다.

내용적으로만 본다면, 이 영화의 얽히고설킨 관계들, 수많은 대사들은 ‘사랑은 결국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깨달음으로 귀결되기 위한 것이다. 먼 길을 돌아 제자리로 와서 보니, 가장 익숙했던 그 혹은 그녀가 사실은 가장 진실한 사랑이었다는 러브 스토리. 아마도 골디 혼과 잉그리드 버그만이 없었다면 그저 그런 로맨스에 그쳤을 테지만, 이 두 여배우의 능청스러운 연기 덕택에 <선인장 꽃>은 통통 튄다. 중년의 나이에 코믹한 역할에 도전한 잉그리드 버그만은 사감 선생님과 천진한 소녀를 자유자재로 오간다. 특히 지나치게 이타적인 어린 불륜녀가 된 골디 혼은 큰 눈을 깜빡이는 노란 병아리처럼 앙증맞고 사랑스럽다. 그녀는 데뷔작이나 다름없는 이 영화에서 그 작은 몸으로 매튜나 버그만을 압도하며 당당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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