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수 PD의 행복 3부작 중 세 번째 <꽃 찾으러 왔단다>
KBS2 월·화 밤 9시55분 연출 지영수 극본 윤성희 출연 차태현, 강혜정, 공현주, 김지훈 제작 HB엔터테인먼트
뇌종양 판정을 받은 남자와 간호사가 만났다고 해서 눈물을 속단하진 말자. <꽃 찾으러 왔단다>는 죽음을 생각해본 적 없으나 죽음을 선고받은 남자와 죽음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여자의 러브스토리다. 주인공 나하나(강혜정)는 장의삿집 딸로 태어나 일찍이 시체와 대화는 물론, 겸상하는 법까지 배운 여자. 어려서부터 돈의 향기를 쫓아 살아온 그녀는 “임자없고, 눈치없고, 돈만 많은 시한부 총각”을 찾아 병원에 들어간다. 하나가 병원에서 맞닥뜨린 윤호상(차태현)은 사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남자다. 술에 취해 사인해버린 빚보증서 때문에 집까지 날려먹은 그는 우연히 로또당첨자인 왕대박과 옷을 바꿔 입은 채 병원에 입원한다. 하지만 왕대박이 호상의 이름 석자가 명찰로 붙은 옷을 입고 명예롭게(?) 죽게 되고, 호상은 병원에서 시한부 진단을 받게 되면서 결국 졸지에 ‘임자없고, 눈치없고, 돈만 많은 시한부 총각’이 돼버린다.
<꽃 찾으러 왔단다>는 <오! 필승 봉순영> <안녕하세요 하느님!>을 연출한 지영수 PD의 행복에 관한 연작 중 3부 격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오! 필승 봉순영>에서는 행복과 돈의 함수 관계를, <안녕하세요 하느님!>에서는 행복에는 얼마만큼의 지식이 필요한지를 물었던 그는 <꽃 찾으러 왔단다>에서 죽음을 통해 본질적인 행복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드라마는 곳곳에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현장과 인물을 배치했다. 주인공 하나가 장의삿집 딸인 건 당연한 맥락. 사망신고로 주민등록이 말소된 호상은 그곳에 있으나 거기에 없는 남자이며 호상의 첫사랑인 오남경(공현주)은 애인이 사고로 죽은 뒤 119대원이 된 여자다. 또 하나의 장의삿집에서 일하는 고은탁(김지훈)은 말 못할 사연을 품은 예비의사다. <꽃 찾으러 왔단다>는 죽음을 배경에 놓고 기존의 시한부 삶을 다루는 드라마와 다른, 웃어도 웃는 게 아니고, 울어도 우는 게 아닌 아이로니컬한 감정을 이어갈 계획. 지영수 PD는 동시에 테이프를 끊은 다른 드라마에 비해 낮은 시청률로 출발했지만, “이야기를 극단적으로 내몰거나 생짜 악역을 넣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Net心
유머에 철학도 담겨 있고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드라마. (jador7) 조무사를 간호사로 표현한 실수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라! (habasi) <내 남자의 여자>보다 훨씬 더 재밌다. (poi999) 강혜정 얼굴 다시 예뻐졌군요!(zkfkapf812) 드라마의 주제가 죽음이라는 부분이 아쉽다. (can2da) <대조영>밖에 안 보는 울 오빠, 이 드라마에 푹 빠졌습니다.^^ (jh0719)
지영수 PD 인터뷰
“힘든 낮시간에 대한 위로가 되었으면”
-시한부 인생을 다룬 드라마는 많았다. 차별성을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기존 드라마들의 시한부 삶이 멜로를 위한 극단적인 설정이라면 이 드라마는 인생이 어차피 100년짜리, 50년짜리 시한부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죽음을 통해 극단적인 갈등의 노림수를 의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꽃 찾으러 왔단다>는 성장드라마의 분위기를 의도하는 것인가. =호상은 기본적으로 남에게 민폐만 끼치는 녀석이다. 그런 사람이 죽음을 통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자각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나하나는 채색되지 않은 흑백의 인물로 출발하는데, 호상을 만나면서 사람의 향기와 감정을 학습하게 된다.
-<안녕하세요 하느님!>에 이어서 두 번째로 춘천을 로케이션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이웃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비교적 난개발이 덜 된 춘천을 택하게 됐다. <꽃 찾으러 왔단다>는 거기에 또 하나의 의미가 있다. 천상병 시인이 태어나서 살다가는 것은 소풍이라고 했다. 호상이 살아가는 몇개월이 인생을 상징한다면 그가 딛고 있는 곳도 소풍 같은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춘천이란 도시가 소풍이란 이미지를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은가.
-연출하면서 세운 기준은 무엇인가. =특별한 전략은 없다. 다만 미니시리즈가 방영되는 시간은 보통 사람에게는 하루의 끝자락인데, 그들에게 힘든 낮시간에 대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가능하면 시청자에게 짜증이나 스트레스를 안기는 연출은 안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