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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비율의 취향

<In Exchange> 이승열/ 플럭서스뮤직 발매

어쩌면 이승열에 대해서라면 그를 아는 사람과 그를 기억하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그를 아는 사람들도 MBC 드라마 <케세라세라>의 삽입곡을 부른 가수로 아는 사람, 혹은 몇년 전 솔로음반을 발표한 좋은 가수 정도로 아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을지 모른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이승열을 유앤미블루의 보컬로 기억할 것이고(유앤미블루의 다른 멤버였던 방준석은 영화음악창작집단 복숭아에서 활동 중이다). 사실 한 가수에 대해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즐거운 일이고 한편으로는 쓸쓸한 일이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그가 최근 새 앨범 <In Exchange>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솔로 1집 <이날, 이때, 이즈음에…> 이후 4년 만의 앨범이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리드미컬하면서도 진중한 분위기의 톤도 여전하다. 그런데 어딘지 다른 느낌이다. 앨범 발매 전 <케세라세라>에 삽입되며 먼저 소개된 <우리는>이 1집(그리고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유앤미블루 시절까지)의 감수성을 이어받은 곡인 것 같았지만, 비로소 공개된 2집 앨범은 전반적으로 여유가 느껴지며 이전과는 은근하지만 분명히 다른 감수성을 선보이는 앨범이다. 편성도 록 세션보다 블루스 세션에 더 가까워졌다. 첫곡 <친구에게, 나에게>의 배경을 받치는 감수성 풍부한 베이스와 신시사이저가 말해주듯, <기억할게>, (러브홀릭의 지선과 함께 부른) <가면> <스물 그리고 서른> <Trumpet Call> <곡예사> 등의 곡을 지배하는 것은 블루스 톤의 기타와 혼 세션, 오케스트레이션과 재즈풍의 편곡, 그리고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은 감수성이다. 전작에서 그나마 간간이 드러나던 록음악 취향이 상당히 제거된 대신, 음반에는 고급스러운 무드, 성인 취향의 블루스/록음악(이른바 어덜트 컨템포러리)으로 채워져 있다. 앨범 뒷면에서 러브홀릭의 강현민과 지선, 클래지콰이의 김성훈(DJ clazzi), W의 베이시스트 김상훈의 이름이 눈에 띄는 까닭이기도 하다. 특히 곡들의 가사는 고백적이고 자조적이며 낙관적이기도 하다. 다소 추상적인 내용과 매우 구체적인 내용이 섞여 있는 이 노랫말들은 어깨에 힘을 쭉 뺀 느낌이랄까, 이승열이라는 음악가의 감수성을 좀더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를테면 이 앨범은 고급스러운 팝음반이기도 하고 가요 같지 않은 가요음반이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성실하다. 알다시피, 그런 무게중심은 쉽게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한곡을 듣는 동안에도 편성, 연주, 보컬, 가사, 무드처럼 다양한 면의 변화와 재미를 얻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라도 좋은 반응을 얻기에 충분한 앨범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생각은 조금 쓸쓸하다. 물론 이것은 이승열과는 무관한 감상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시간이 많이 흘렀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헤어짐이 있었고 많은 관계들이 있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변했다.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무척 쓸쓸한 일이다. 그러나 단지 그뿐이다…. 아니, 아니다. 사실은 술이라도 한 잔 마셔야 할 것 같지만, 그리고 이 음악이 꽤 괜찮은 배경음악이 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