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where But Here 1999년, 감독 웨인왕 출연 수잔 서랜던 <HBO> 10월20일(토) 오전 9시40분
이 어머니의 꿈은 정말 단순하다. 너무나 간단할 지경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이루어지기 무척 힘든 것이라는 점. 딸아이가 배우 오디션을 받고, 스타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어머니의 꿈이다. 고급 승용차를 타고, 사람들에게 대접받겠다는 욕심은 꿈의 일부분일 따름이다. 막상 딸은 어떨까? 어머니의 비현실적인 꿈을 어이없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그녀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기보다 어딘가에>에서 수잔 서랜던과 내털리 포트먼은 전형적인 ‘모녀’관계를 뒤집어 역전시킨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철없는 어머니가 막무가내로 고집을 피우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걸어왔던 길, 즉 “아무것도 아닌 마을에서 아무것도 아닌 여자로서” 살아왔던 인생을 딸에게 유전시키고 싶지 않다는 게 그녀의 바람인 것. <여기보다 어딘가에>는 <조이 럭 클럽>(1993)을 만들었으며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감독인 웨인 왕의 영화로 관습적인 멜로드라마를 무난하게 만드는 감독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앤은 엄마와 단둘이 사는 처지다. 이 모녀는 마치 서로 역할이 바뀐 듯한데 조숙하고 차분한 앤과 달리 엄마 아델은 철부지 아이 같다. 아델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자고 앤에게 말하지만 앤은 이사를 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결국 딸을 배우로 만들겠다는 아델의 고집은 앤과 끊임없이 대립하고 라스베이거스로 가서 살림을 꾸리게 된다. 엄마는 욕구불만에 가득 차 있지만 딸인 앤은 엄마가 뭔가 사고를 치면 조용히 뒤에서 그녀 행동을 챙겨주는 역할을 떠맡을 수밖에 없다. <여기보다 어딘가에>는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드라마를 구성하고 있지만 배우들 연기는 챙겨볼 만하다. <델마와 루이스>의 수잔 서랜던, 그리고 <뷰티풀 걸>의 내털리 포트먼이 앙상블 연기를 하고 있으며 정감어린 연기대결을 펼치고 있다. 모나 심슨의 원작소설을 영화로 옮긴 것으로 웨인 왕 감독의 연출력은 다소 식상한 대목도 없지 않지만 여성들간의 대립과 화해의 과정을 꾸밈없이 화면에 재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