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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의 마지막 윤리, <4인의 프로페셔널>

EBS 5월20일(일) 오후 2시20분

서부의 부호 그랜트는 네명의 프로페셔널을 끌어모아 10만달러를 조건으로 제안을 한다. 자신의 아내를 납치한 멕시코의 혁명투사 라자로부터 그녀를 구해오라는 것. 고난의 여정 끝에 이들은 라자 일당들로부터 여자를 구해내는 데 성공하지만, 그 과정에서 은폐되었던 진실들이 하나씩 드러나게 된다.

리처드 브룩스의 <4인의 프로페셔널>은 기존의 정통 서부극의 문법에서 빗겨서 있다. 영화는 선악의 구도 속에서 주인공의 영웅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는 대신, 더이상 ‘적=악’이라는 공식을 믿을 수 없게 된 현실로 인해 갈등하는 인물들을 담는다. 네명의 전문가들이 적으로 삼아야 하는 라자는 과거 이들과 함께 혁명을 꿈꾸던 자로서 여기에는 돈 때문에 과거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 비루한 현실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총 한발 쏘고 멋지게 돌아서 떠나는 마초들의 물질적 아우라를 찾아보기 힘들다. 감독은 뜨거운 사막에서 펼쳐지는 두 집단의 지난한 추격전을 따라가면서, 결국은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서부극’적인 정신과 내적으로 싸우고 고민하는 인물들에게 중점을 둔다. 특히 라자가 혁명투사이며 전문가들 중 일부가 과거의 혁명투사였다는 설정은, ‘옛것 대 새것’이라는 서부극의 단조로운 틀을 넘어서게 한다. 영화의 후반부, 총에 맞은 라자와 돌월스(전문가들 중 하나)가 서로 몸을 숨긴 채 호기롭게 나누는 대화는 혁명정신에 대한 감독의 우회적인 코멘트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당신은 완벽하지 않다면, ‘無’라고 생각할 뿐이군. 참으로 감상적이야. 여자(혁명)는 순수하거나 완벽하지 않다. 언제나 도망갈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믿기 때문에 이렇게 머무르는 것이다.”

<4인의 프로페셔널>의 진짜 이야기는 전문가들이 여자를 구해내고 서부로 돌아가는 순간, 서부극의 정신과 혁명정신이 충돌을 거쳐 흡수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진짜 적은 멕시코의 투사가 아닌 서부의 부호라는 사실. 그러므로 <4인의 프로페셔널>은 미션의 완수에서 쾌감을 발견하는 영화가 아니라, 시작부터 이미 실패를 내재한 미션의 본질을 깨달아가는 남자들의 믿음과 선택에 관한 영화다. 그것은 어쩌면 서부극의 카우보이가 지켜야 할 마지막 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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