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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토종 버라이어티쇼

한국식 쌍방향 대화법 살아 있는 버라이어티 캐릭터 쇼 MBC ‘무릎 팍 도사’

실시간으로 방송을 보지 못했더라도, 다음날 아침까지만 기다리면 ‘핵심 체크’는 가능하다. 대통령의 국정연설보다 흥미롭고 따근따근한 ‘말말말’의 공장은 자칭 ‘비호감 월드’이고, 신개념 토크쇼로도 불리는 MBC <황금어장>의 코너 ‘무릎 팍 도사’다. 그런데 거침없는 질문과 솔직한 대답으로 매회 화제를 뿌리는 이 프로그램을 ‘발언 발췌’형 기사로 충분히 안다고 여겨서는 곤란할 것 같다. 무릎 팍 도사는 어떤 3D게임 못지않게 입체적일 뿐 아니라 시청자의 반응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인터랙티브’ 형이기 때문이다.

무릎 팍 도사가 토크쇼의 변종이라는 얘기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신해철, 이승철 등의 과거사를 광장에 까발려 토크거리로 삼을 수 있는 것은 분명 파격이다. 주부 대상 아침 정보 프로그램 같은 신파 토크쇼나 조롱으로 뒷담화의 쾌감을 자아내는 <정재용의 순결한 19>와 달리, 무릎 팍 도사는 면전에 ‘스타 님’을 앉혀놓고 맨투맨으로 무안을 주고, 약점도 꼬집으며 왁자한 난장쇼를 벌인다.

그렇다고 무릎 팍 도사가 가학적이고 무례한가 하면 또 그렇지 않다. 제1의 공격자인 무릎 팍 도사 강호동은 실눈만 잘 흘겼지 조리있고 날카롭기보다 거칠게 들이댔다가 이내 오버 리액션의 ‘몸개그’를 튕겨내는 위협적이지 않은 신바람 메이커다. 오히려 귀퉁이에 자리잡은 ‘건방진 도사’ 유세윤이나 ‘추리닝 청년’ 올밴(우승민)이 바른생활형 게스트의 대답에 즉각 삐딱한 반응을 날리는 대목에서 통쾌함을 맛볼 때가 많다. 특히 스타를 우러러보는 태도가 전혀 없이 턱을 괸 채 감상하는 일반 시청자와 거의 똑같은 눈높이를 보여주는 올밴의 무심한 태도가 프로그램의 묘미를 뒷받침한다.

신해철이나 싸이 같은, <100분 토론>에 나가도 밀리지 않을 입담 좋은 스타의 천기누설보다 강호동과 절묘한 대칭을 이루는 이영자나 강호동과 극과 극의 대비를 보여주는 서경석처럼 캐릭터가 팽팽하고 불균형한 충돌을 빚어낸 게스트의 방송분이 더 재미났던 것은 이 프로그램이 토크쇼이기 전에 버라이어티 캐릭터쇼의 성격을 띠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이 프로그램은 빈틈이 없다. 게스트의 대답이 싱겁거나 주제에서 벗어나면 정말 거대한 산의 자료사진을 삽입해 얘기가 산으로 가고 있음을 설명해주고, 녹화장에 있는 PD의 “에휴” 하는 한숨 소리마저 들려준다. 1인칭부터 3인칭까지 다양한 관점의 자막이 개입해 브라운관 앞의 시청자부터 막후의 제작진까지 종횡무진 아우른다. ‘저 물음은 너무 진부하잖아’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릴 찰나, 이미 화면에는 질문의 신선도를 매기는 그래픽이 등장해 있다. 누가 방석을 깐 도사가 아니랄까봐 속도감있게 시청자의 생각까지 족집게처럼 예상해 프로그램의 액세서리로 치장한다.

무릎 팍 도사는 인생의 철학 등 타인의 관념화된 생각보다 시시콜콜한 구체성을 엿보기 좋아하는 한국식 대화법과 인터넷을 통한 즉각적인 반응이 넘쳐나는 한국식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잘 활용한, 그야말로 동시대형의 토종 버라이어티쇼다.

시청자와 대화하는 것 같지만 실은 혼자 다 알아서 하는 자기완성형 방식에 반했다가도 가끔은 질려버릴 때도 있는데, 그게 관조적 시점으로 생각할 거리도 던지는 정통 토크쇼에 비해 열등한 것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MBC는 지적인 색깔을 좋아한다”는 이영자의 지적대로 잘 나갔다가 마무리에 강호동의 <야심만만>식 정의와 메시지로 게스트를 다독거리고 느닷없는 감동을 끌어내려는 방식은 좀 김이 빠진다. 이 프로그램이 간혹 마지막에 폼을 잡으려 할 때도 ‘올밴’이 끼어들어 심드렁한 한마디를 거들었으면 좋겠다. “그냥 재미있게 놀죠”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