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수)~15일(화) | 갤러리 아트싸이드 전관
현대인의 생활은 너무나 분주하며 그 바쁜 일상 속에서 허덕임의 연속이다. 하지만 ‘군중에 휩싸여 살아가면서도 도시인은 항상 외롭다’는 말처럼, 현대인의 초상은 소외된 외로움의 상징이다. 오원배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역시 변방에서 밀려난 듯 측은지심의 개인이거나 군상이다. 짙푸른 청색조 배경과 어울린 인적 잃은 텅 빈 구조체들은 바라보는 시선을 더욱 무겁게 끌어내린다. 그래서 그의 인물은 외로움에 목마른 우리 자신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2003년 금호미술관 전시 이후 간만에 선보이는 오원배 교수의 개인전. ‘상황의 실존주의적 변주’라는 전시부제처럼 그의 관심사는 ‘현실을 바라보는 직관’과 통한다. 현대인이 안고 있는 근원적인 소외감에 대한 문제를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조형화해내고 있다. 얼핏 오원배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소외된 군상의 초상으로 비치지만, 결코 절망적이거나 불행하지 않다. 오히려 쉼없이 움직이고, 새로운 희망을 노래한다. 비록 무표정한 얼굴이나 격렬한 리듬에 몸을 맡긴 율동은 아닐지라도, 분명 심연의 잃어버린 자유를 갈망하는 애절한 몸짓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더욱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가슴속 망막에 깊이깊이 스며든다.
특히 오원배 작품의 백미 중 하나는 ‘금관악기를 연주하는 인물’의 등장이라고 생각된다. 그가 작품에서 유독 선호하는 악기는 금관악기다. 차가운 금속관을 통과한 음률은 부드러운 악공의 숨결을 만나 따스한 감성을 자극하는 소리로 태어난다. 마치 그럴듯한 멋스러움의 금관악기라도 스스로는 감미로운 음률을 내뱉지 못하듯,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 역시 내면은 공허함으로 지쳐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다음으로 오원배식 표현주의 화법의 매력은 회색빛 도시의 어두운 시멘트 구조물과 투명한 인간의 조우이다. 그의 작품에서 직육면체들의 구조물은 버려진 도시이거나 사람을 맞지 못해 빈 것이다. 그런 구조체는 현대문명의 또 다른 단면을 상징한다거나, 원근법이 무시된 초현실적인 구성은 부유하는 현대인의 심상을 보여준다고 한다. 한편으론 익명의 존재로서 등장하는 투명인간의 설정은 작가 자신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항상 깨어 있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어느 것에 구애됨이 없는 ‘여여(如如)한 몸짓’은 평소 그가 일상에서 실천하고자 노력해온 불가(佛家)적 가치관의 연속은 아닐까.
이번 전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묘미는 전통 프레스코(fresco) 기법의 작품들. 갓 바른 회벽 위에 수채(水彩)로 그리는 화법으로 회화 형식에서 가장 오래된 표현기법 중 하나인 프레스코는 볼수록 은은한 깊이가 매력이다(문의: 02-725-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