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 <좋지 아니한가>가 1주일 만에 극장에서 교차상영되는 걸 보면서 분노하고 있을 때, <씨네21> 남동철 편집장으로부터 창간특집호의 일일편집장을 L감독님과 함께 맡아 달라는 전갈이 왔다. 옳거니 울고 싶은 놈 따귀 때려주는구나, 이번에 뼈저리게 느낀 극장의 교차상영(하루에 1, 2회만 상영하면서 스크린쿼터 하루를 채운 척하는 불법 행위) 실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특집 기사라도 만들어야겠다 싶어 일단 오케이를 했다. 내가 끼어들어서인지, 빠져나갈 기회라 생각했는지 L감독님은 어느 결에 사라졌고 결국 나만 덜렁 남게 됐다.
감독들에겐 숙원 사업이 하나 있다. 언젠가 감독들이 잡지를 만들어 평론가들 평론도 씹고, 별점도 매기고, 섬업·다운도 해보자는…. 그거 재밌겠는걸? 자극적인 뭔가를 찾던 남 편집장은 영화사 사장 같은 표정이 되더니 몇몇 평론가들 전화번호를 당장 내주었다. 우려와는 달리 당사자들이 흔쾌히 승낙을 했고, 결국 이런 뜻밖의 인터뷰가 실현되고야 말았다.
활발히 활동하는 평론가 중에서 고참급 두분과 신진급에서 한명 이렇게 세명을 선정했고, 원래 딴 감독들도 번갈아 같이 나가는 컨셉이었으나 섭외력이 부족한 일일편집장이 그냥 혼자 다 만나기로 했다. 마치 옛날 최배달이 고수들을 하나씩 찾아가 대결을 청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