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한국미술-국전과 민전작가들전> 5월3일(목)~6월24일(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지금 한국은 미술 전성기를 맞았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온통 미술 얘기다. 한국 미술의 신르네상스기, 아트펀드, 아트재테크…. 미술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대변할 신조어들이 생겨나고, 그 미술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이나 기대심리도 점차 구체적이고 전문화되고 있다.
하지만 미술의 모든 장르가 호황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서양화의 시대’이다. 경제개발 붐이 일었던 70년대 전후부터 한동안 ‘한국화의 시대’를 지냈다면, 80년대 중·후반을 지나 90년대의 상당기간은 서양화에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IMF를 힘겹게 극복하고 다시 찾은 미술의 봄은 드디어 ‘서양화’로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런 호재의 뒷심은 곧이어 다른 장르들도 같은 반열에 올려놓게 되리라 확신한다.
70년대는 한국 현대미술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이른바 50~60년대 태동한 현대미술이 화단 전반에 폭넓게 뿌리내리고 성장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1970년대 한국미술-국전과 민전작가들전>은 놓쳐서는 안 될 기획전이다. 그 당시 화단에 입문한다거나 새로운 유망 작가로 주목받기 위해선 공모전에 출품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편이었다. 그런 역할의 공모전은 크게 국가 주도의 ‘국전’과 신문사 중심의 민간 주도였던 ‘민전’으로 나뉜다. 그중에서도 이번 전시에는 국전인 대한민국미술전람회를 비롯해 민전으로서 한국미술대상전(한국일보), 중앙미술대전(중앙일보), 동아미술제(동아일보) 등에서 특선 이상의 수상 경력을 가진 작가 51명을 초대한 것이다. 특히 당시 수상작과 다른 대표작을 망라한 80여점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귀하고 반가운 일이다. 30여년 전의 미술 성향과 조형언어들을 한자리에서 정리해볼 수 있을뿐더러 대개의 작가들이 현재도 중진 작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작품의 변화 양상까지 엿볼 수 있는 호기이다. 결국 이번 <1970년대 한국미술-국전과 민전작가들전>을 통해 흔치 않게 한국 현대미술의 소년기를 만나보게 되는 셈이다.
같은 공모전 형식이었지만, 국전과 민전에서 선호하는 작품 성향은 ‘공모전 스타일’이라는 비유가 있을 정도로 다소 차이가 났다. 우선 관전은 특유의 아카데미즘적인 기류가 강했으며, 그 권위 또한 대단해서 입상자 발표 때는 신문의 호외까지 뿌려질 정도였다. 상대적으로 민전은 시대적 분위기와 어느 정도의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작품까지 수용했다.
한국에 서양미술 형식이 들어온 지 거의 한 세기가 지나고 있다. 이번 전시의 남다른 의미는 바로 한국 현대미술의 지난 역사를 되돌아봄으로써 오늘과 내일의 한국 현대미술의 방향을 가늠해본다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시를 재밌게 좀더 즐기는 방법이 있다. 매주 일요일에는 ‘나도 화가 될래요’라는 테마로 어린이 체험교실을 함께 연다고 한다. 모처럼 주말에 가족나들이를 전시장으로 가보면 어떨까(문의: 02-580-1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