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8일자로 <X맨 일요일이 좋다>이 갔고, 4월29일자로 <해피선데이-여걸식스>도 갔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돼온 것이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봄철 프로그램 개편을 맞아 깔깔깔 웃음을 주는 ‘버라이어티쇼의 공장’들이 옷 갈아입기에 한창이다. 우리네 인생과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을 압축한 듯한 ‘쇼는 계속돼야 한다’(The show must go on)는 비장한 명제보다 어느새 ‘쇼를 하라’라는 어느 CF의 경쾌한 사자후가 더 귀에 익숙해진 것처럼 오락프로그램들도 변화하는 트렌드를 대변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3년여 동안 연예인한테 댄스음악만 울려퍼지면 반사적으로 골반을 마구 돌리게 만들었던 <X맨>과 <여걸식스>의 필수 풍경은 이제 추억의 저편에 묻히게 됐다.
그렇다면 MBC <무한도전>, <황금어장> 코너 <무릎팍도사> 등이 신흥 주자로 떠올라 예능프로그램 관련 이슈를 독점하다시피하는 현재, 지상파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들은 세상에 없던, 세상이 기다리는 쇼를 펼치고 있는가. <목표달성 토요일> <천생연분> <X맨> 등 2000년대 주요 히트작을 생산한 은경표 PD와 재기발랄한 자막까지 직접 생산하는 <무한도전>의 김태호 PD 사이에는 방송밥을 먹은 경력에서 18년차가 난다. 그러나 현재의 ‘쇼쇼쇼’는 그 격차만큼 과거의 영광과 완전한 이별을 고해 새로운 길을 찾기 보다 그것에 어느 정도 젖줄을 댄 채 같은 듯 다른 형태로 세대교체를 말하고 있다.
<무한도전>의 빈틈 많은 캐릭터들이 절묘한 팀플레이로 웃음과 감동을 주는 것이나 <무릎팍도사>의 강호동이 거침없는 질문 공세로 기존 토크쇼의 가식과 신파를 걷어내고 있는 것은 <X맨>의 캐릭터 만들기와 상대의 약점 공격하기인 ‘당연하지’ 게임에서 원형을 찾을 수 있다. <무한도전>과 <무릎팍도사>를 관통하는 매력이 스타의 맨 얼굴을 보는 데 있다는 해석은 타당하지만, 철 지난 것처럼 여겨지는 <X맨>이나 <천생연분> 같은 프로그램도 스타들의 ‘리얼한(듯한)’ 놀이와 연애를 노출하며 유사한 노림수를 가졌다는 점에서 두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이 대단히 혁신적일 것은 없다.
옛것과 새것의 차이는 ‘트루 라이즈’를 얼마나 잘 요리했는가에 있을 것이다. ‘잘’이라는 수식어는 영리함과 순수함이라는 역설적인 양면을 모두 포함한 말이다. 기존 프로그램이 스타 만들기의 연예계 시스템에 경도돼 쇼의 순수성을 점차 상실하고 연출의 손길을 드러낼 때와 감출 때의 경계를 잘 지키지 못했다면, 현재의 인기작들은 간결한 구조와 컨셉에 연출의 힘을 불어넣고, 스타들을 자유롭게 방목해 달리는 시청자 위에서 날고 있다. 100% 몰래카메라가 아닌 다음에야 스타의 진짜 얼굴을 온전히 보겠다는 것은 과욕이거나 착각이며 희망사항이다. 그럼에도 예능프로그램은 드라마의 사랑 타령처럼 영원한 인기테마일지 모르는 스타의 리얼리티를 무기로 시청자들과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이번에 생을 마감한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이 속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또 그것에 피로를 느낄 때쯤 이 ‘트루 라이즈’의 게임이 ‘오버’를 외친다는 것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