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4월30일 오후4시30분 장소 필름포럼
이 영화 한 여름날 우연히 자그마한 상어를 잡은 어부 영철(구성환)은 친구 준구(홍기준)가 살고 있는 대구로 향한다. 살고있는 어촌을 나서는 명분은 친구에게 상어를 보여준다는 것이지만, 대도시를 향하는 그의 마음 속에는 다른 꿍꿍이가 있다. 그러나 카드판에 매달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는 준구는 영철의 연락을 무시하고, 영철은 상어가 등 가방을 메고 찜통같은 도시를 헤맨다. 한 공원에서 땀을 닦던 영철은 교도소에서 출소했지만 가족들이 살고있는 집을 찾지 못해 떠돌고 있는 유수(홍승일)를 만나게 되고,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는 미친 여자 은숙(김미야)도 만나게 된다. 불량배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해 밴 아기를 잃었던 은숙은 도시의 열기 속에서 썩어가는 상어살의 냄새를 맡고 자신의 아이라고 착각하곤 영철을 무섭게 쫓는다. 영철은 유수와 함께 은숙을 피해다니며 애타게 준구를 기다린다. 이들 도시 속 상어는 과연 푸른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까.
100자평 <상어>는 미니멀하게 대상을 관찰하긴 하지만, 무언가를 설명하려 하기 보다는 과감한 생략 속에서 이야기를 전진시켜 나가는 작품인 탓에, 인과율에 바탕한 탄탄한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꽤 낯설게 느껴질 작품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연히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고 엇갈리게 되지만, 이러한 모든 관계들이 하나의 수렴점으로 모이는 영화 엔딩의 장면은 에너지가 넘쳐난다. 이러한 에너지는 어두운 터널의 끝에서 빛나던 조그마한 빛이 화면 전체에 퍼지는 화이트 아웃으로 전환되는 순간의 시네마틱한 이미지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각박한 현실 저 너머에서 손을 내미는 기적의 손길이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이 기적같은 엔딩과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재즈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이미지의 향연은 놓칠 수 없는 장면들이다. 안시환/영화평론가 <상어> 속 상어는 바닷 속 최고의 포식자가 아니다. 뜨거운 도시의 열기를 받으며 고약한 악취만 풍기는 몹쓸 존재다. 하지만 상어는 영화 속 각자에게 ‘모호한 대상’이 된다. 상어는 영철에게는 도시로 놀러올 명분이 되고, 은숙에게는 죽은 아이의 허상으로 나타나며, 자신이 살이 썩어가고 있다고 믿는 중년 남자에겐 스스로의 육체로 느껴진다. 스크린 바깥까지 뿜어지는 듯한 상어의 썩어가는 냄새는 인물들의 행동과 선택을 더욱 부조리하게 보이게 한다. 결국 썩어가는 것은 가방 속에 들어있는 조그만 상어만이 아닌 것이다. 얼핏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상어>가 진정으로 꾀하는 바는 영화 속 헐벗고 상처입은 자들을 치유해주는 일이다. 상어의 악취가 사라지는 순간, 사람들은 무언가에서 벗어난 듯 저마다 자신의 기원으로 돌아간다. 김동현 감독은 <상어>를 통해 ‘치유와 회귀’라는 묵직한 주제를 문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문석/<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