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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라는 복잡한 함수, <알라모의 총성>

EBS 4월29일(일) 오후 2시20분

관습과 그에 맞서는 개인의 욕망 혹은 역사와 개인의 관계를 다루는 데 주력해왔던 루이 말. <알라모의 총성>은 부조리한 현실을 다룬다는 점에서 후자에 속하는 작품이다.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 텍사스의 알라모항으로 베트남 이주민들이 모여든다.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들은 새로운 터전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다. 마을의 터줏대감인 윌리는 이들에게 새우잡이 배를 임대해주고 그들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다. 그 와중에 재정난에 시달리며 어선을 압류당한 마을 주민들은 베트남 이주민들의 존재에 위협을 느낀다.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겼다는 박탈감, 그리고 빼앗은 주체가 뿌리없이 떠도는 ‘이주민’이라는 사실은 주민들의 호전성을 키운다. 그들은 총을 들고 온갖 인종차별적인 공격을 서슴지 않으며 베트남 이주민들을 마을에서 몰아내기 위해 간교한 음모를 꾸민다. 힘없는 이주민들은 결국 버텨내지 못하고 마을을 떠나지만, 딘은 굴복하지 않고 마을로 돌아온다.

영화의 내용은 사실 당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여전히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이주민이 존재하는 그 어떤 땅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단순히 인종차별 문제로만 환원하기에 이 문제는 현실적으로 간단하지 않다. 이 영화를 두고 생각해본다면, 우선 여기에는 이주민들과 그들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는 소자본가가 있다(영화에서는 이 소자본가를 지극히 인간적으로 그려내고 있지만, 현실에서 그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자본가일 따름이다). 그리고 소자본가의 선택에 저항하는 백인 노동자들이 있는데, 이들은 또한 이주민들의 노동력과 경쟁해야 한다. 영화는 이를 이주민 노동자와 백인 노동자 사이의 인종적 대립 문제로 한정시키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이 생존 싸움은 두 집단의 단순한 반목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다. 물론 어느 노동집단이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말하기는 쉽다. 미국 역사에 퍼져 있는 이주민에 대한 근거없는 불안과 공포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백인 노동자들의 이주민들에 대한 증오는 복합적인 계급적 맥락에 대한 고려없이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알라모의 총성>에서 영화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이주민을 몰아내는 데 앞장선 상(에드 해리스)과 딘이 등장하는 마지막 시퀀스다. 두명의 이주민과 세명의 백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박하지만 끔찍한 총격전은 묘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개인적 대립에서 무시무시한 사회적 적대를 형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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