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게 최고예요. 방글방글 웃으면서.” 이어마이크를 꽂은 ‘bLKi’님과 ‘CN’님이 100명의 27기 스윙댄스 동호인들에게 걸음마를 가르치고 있다. 사전에 남녀 50명씩 짝을 맞춰 뽑았지만, 처음부터 이성 상대에게 손을 내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롸악(lock) 스텝 스텝∼스텝, 롸악 스텝 스텝∼스텝.” 초보자들은 담임이 불러주는 대로 6박자를 따라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스윙댄스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지터벅(Jitterbug) 코스. 지터벅의 어원처럼 이 스텝을 익히려면 ‘신경질’이 날 법도 하다. “마감이 하루가 안 걸린다”고 할 정도로 치열한 선착순 경쟁을 뚫고 들어왔는데, 제자리에서 맴맴 돌고 있으라 하니. “스윙재즈에 맞춰 추는 커플댄스”이며, “1920년대부터 시작됐다”는 기본 상식도 다 챙겨 듣고 왔는데, 라는 불만스런 표정도 엿보인다. 중간에 선배들이 남녀 짝지어 경쾌한 음악에 몸을 맡기는 ‘제너럴’을 보고 있노라면, 원스텝 스윙을 반복해야 하는 초보자 입장에서는 더욱 침이 마를 수밖에 없다. 건국대학교 부근에 있는 스윙바 피에스타. 2000년 겨울에 스윙스쿨 첫 학기를 시작한 뒤 지금까지 “2천명 이상의 동호인을 배출해온” 스윙키즈(www.swingkids.net)는 국내 스윙댄스의 산실이다. “스윙댄스 보급이 목적”이라 강습료는 따로 없다. 간단히 음료와 장소 대여비 정도를 치르면 된다. “오늘은 노래를 많이 들려드리는 게 목표예요.” 리더(남자)와 팔로(여자)팀으로 나누어 연습하는 이들의 애타는 심정을 알아차렸는지 드디어 두명의 담임이 합의 끝에 신입생들을 원 모양으로 서게 한 다음 남녀가 함께 눈을 마주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권유한 친구보다 스윙댄스에 더 빠져든 24기 정윤화씨. “파트너십이 얼마나 중요한데요. 스윙댄스 배우고 나서 직장에서의 대인관계도 좋아지던데요.”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는 첫 순간”의 흥분이 새삼 떠오르는지 후배들을 보며 계속 히죽히죽이다.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21기 안근혁씨는 스윙댄스를 “전염성이 강한” 춤이라고 설명한다. “밝고 즐겁고, 또 무엇보다 배우기가 쉬워요. 재미 붙이는 데 얼마 안 걸려요. 어르신들도 쉽게 배우시고”라며, 스윙댄스에 전염되어 결혼까지 한 커플도 적지 않다고 귀띔한다. 한편 신입생들이 음료를 홀짝이는 동안 홀이 비면 영락없이 자리를 차지하는 다른 선배 스윙키즈들과 달리 26기 이선남씨는 계속 거울 앞에서 스텝 연습이다. 이날 지터벅 다음이라고 할 수 있는 린디합 과정 첫 수업을 들었는데, 기본 박자가 달라 애를 먹었다는 이씨. 개인 연습이 필요하다며, 거울 앞에서 계속 발을 놀려댄다. 그런 마음을 읽었는지, 얼마 뒤 다른 동료들이 다툼이라도 하듯 이씨의 손을 붙잡고 나선다. 시계를 보니 스윙댄스의 세계에 잠시 몸을 취한 지도 6시간이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