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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도착한 B사이드

<Airbag/How Am I Driving?> EP 라디오헤드/ EMI 수입발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그러니까 1997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때, 세계 최초로 ‘블로그’라는 온라인 플랫폼이 1인 미디어로서 처음 소개되었고 칸영화제에서는 왕가위 감독이 <해피투게더>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는 IMF가 터지며 10만 실업자 시대가 열렸고, 세계 최초로 MP3플레이어가 개발, 상용화되기도 했다. 그리고 1997년, 그해는 라디오헤드의 <OK Computer> 앨범이 발표된 해이기도 하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1990년대에 음악에 몰입하던 팬들에게 이 앨범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이 앨범은 그전까지 종종 오아시스와 블러 등과 함께 거론되던 라디오헤드를 완전히 다른 밴드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대중적이면서도 독창적이고 난해하면서도 심플한 이 사운드는 곡의 구성뿐 아니라 녹음 과정에서도 방법적 실험이 시도된 앨범이었다. 결과적으로 <OK Computer>는 전기기타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사운드를 뽑아낸 음반이기도 하다. 물론, 라디오헤드는 이 앨범 이후 <Kid A> 우주선을 타고 은하계를 벗어나더니, <Amnesiac>과 <Hail To The Thief>로 갈아탄 뒤 안드로메다를 떠돌고 있지만. 가끔 자신들의 고향을 잊지 않았음을 증명하듯 지구인들에게 띠띠리띠띠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오케이, 최근 발매된 미니앨범 <Airbag/How Am I Driving?> 얘기다.

이 미니앨범은 한마디로 말해 <OK Computer>로부터 10년 만에 도착한 B사이드 앨범이다. 이 앨범은 <Airbag>을 제외한 다른 곡들, <Pearly> <Meeting In The Aisle> <Melatonin> <Palo Alto> 등 <OK Computer>에 수록되지 않았던(혹은 못했던) 6곡으로 채워졌다. 맞다, 당신이 짐작하는 대로 이 미니앨범은 <OK Computer>와 <Kid A>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앨범이라는 점에서 라디오헤드 팬들에게 중요한 앨범일지도 모른다. 전자음과 노이즈가 적절하게 뒤섞이는(그건 마치 SF영화의 삽입곡처럼) 일련의 트랙들은 라디오헤드가 전기기타와 컴퓨터와 샘플러의 접점을 발견하는 그즈음의 풍경을 선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라디오헤드의 팬들을 비롯한 음악팬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접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서 이 앨범을 조금 다르게 볼 수도 있다. 이를테면 대중음악 시장에서 ‘라디오헤드’라는 브랜드는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까. 이들의 B사이드 음원들은 현재 음악시장에서 충분한 파워를 가지고 있을까. 잠깐, 이런 질문들이 라디오헤드의 음악적 순수성을 해치는 것일까? 아니다, 음악적 순수성이란 사실 ‘대중음악을 차별화하는 신화’이고, 그런 순수성의 신화야말로 산업을 움직이는 동력이므로 그런 고민은 우주 멀리 던져버리자. 대신 상업적으로 ‘부가수입’의 역할을 수행하는 싱글 혹은 미니앨범을 꼭 10년 만에 새삼 발매하는 그 계산이 궁금해진다. 어쩌면 이들은 지금 ‘현존하는 클래식’의 반열에 이미 들어선 것이 아닐까. 하긴, 사실 여러분들은 이런 괴상한 얘기보다는 과연 이 음반을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가 더 궁금하겠다. 대답은? <OK Computer> 앨범 옆에 나란히 꽂아두면 폼은 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