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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타이틀] 포스트모던영화의 진정한 선구자
ibuti 2007-04-13

<퍼포먼스> Performance

도널드 캐멀과 친구 집단의 홈무비가 될 뻔한 <퍼포먼스>는 카메라맨으로 활동하던 니콜라스 뢰그가 참여하면서 영화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그러나 배급을 맡은 워너는 완성된 영화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고, 2년 동안 창고에 처박혀 있다 1970년에 개봉한 <퍼포먼스>는 여지없는 재앙이었다. 전설의 시작은 그랬다. 히피 문화에 대한 본능적인 조소인 <퍼포먼스>는 포스트 우드스탁 시대의 공허와 히피 유토피아의 퇴락을 예언한 것이었고, 영화의 제작과 개봉 사이에 <기미 셀터>에 나온 믹 재거는 <퍼포먼스>의 악몽을 알타몬트의 비극으로 현실화했으며, 사람들은 영화를 설명하기 위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윌리엄 버로스의 이름을 들먹였다. 거기에 전대미문의 시도였던 음향·편집·조명·색채 그리고 폭력과 마약, 섹스의 대담한 노출이 한몫한 것은 물론이다. <경멸>의 패러디로 시작하는 <퍼포먼스>는 조직의 위협으로부터 도망친 악당 채스(제임스 폭스)가 우연히 얻은 정보를 통해 록스타 터너(믹 재거)의 집에 숨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무것도 진실하지 않고 모든 것이 허용되는 세계에서 자신을 (카메라가 아닌) 총알로 생각하는 채스와 ‘벽을 검게 칠하는’ 터너의 정체성은 충돌하고 변화한다. 마침내 하나의 살인이 일어난 끝에서 어디에도 도착하지 않는 <퍼포먼스>는 포스트모던영화의 전위에 선다. 이 시기에 <사라고사 매뉴스크립트> 같은 전례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대중영화도 아니고 예술영화도 아닌, 시대에 대한 명상도 아니고 야유도 아닌, 현실도 아니고 판타지도 아닌, 그리고 내러티브와 캐릭터의 구축엔 관심이 없으며, 록스타는 음악이 싫다고 말하며, 악당은 갱스터로 불리기를 거부하며, 고의로 계급적이고 인종차별적이며 비윤리적인 노선을 걷는 <퍼포먼스>야말로 포스트모던영화의 진정한 선구자라 하겠다. 106분 내내 영화를 지배하는 유일한 힘은 ‘광기의 논리’일 뿐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은 현실에서 벌어졌다. 극중 채스가 터너에게 “쉰살이 되면 네 꼴이 볼 만하겠군”이라고 말한 걸 비웃기라도 하듯, 믹 재거는 쉰을 넘긴 뒤에도 타이츠를 입고 무대 위를 뛰어다녔고, 그와 반대로 록스타의 죽음을 꾸몄던 캐멀은 1996년에 권총으로 목숨을 끊는다. <퍼포먼스>의 전설은 그렇게 계속됐다. 준수한 화질을 자랑하는 DVD는 부록으로 인터뷰와 평론가의 비평을 엮은 ‘영향과 논란’(25분), 믹 재거의 배우 데뷔를 조명한 ‘터너의 메모’(5분) 등을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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