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싸움질이 문제!
<베벌리힐스 90210>의 반듯한 학생이였던 섀넌 도허티
한때 그녀는… 9살에 연기를 시작한 섀넌 도허티는 <베벌리힐스 90210>으로 하이틴 스타가 되었다. 어두운 갈색머리와 눈동자를 가진 그녀는 사치스럽고 허영심이 강한 금발의 캘리포니아 소녀들과는 달라 보였고, 반듯한 딸이자 여동생으로 사랑받았다. 돌이켜보면 도허티가 열네살 때 출연한 TV시리즈 <할아버지는 멋쟁이>의 크리스도 전 과목 A학점을 받는 우등생이었다. 그러니 사람은 겉만 보고는 모르는 법이다. 도허티는 난폭한 행동과 스캔들로 인해 타블로이드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동료들과 자주 다투고 촬영장에도 늦게 나타나 4년 만에 <베벌리힐스 90210>에서 도중하차한 도허티는 질풍노도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맥주병으로 자동차 유리창을 부수고, 음주운전을 하고, 6개월 만에 이혼하고, <플레이보이>에 누드사진을 실었다. 케빈 스미스의 <몰랫츠> 등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이미 대중의 마음은 멀어진 다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도허티는 마녀 자매가 주인공인 <참드>에 큰언니로 캐스팅됐지만 3년 만에 시리즈를 떠났다. 그녀가 떠난 자리에는 동생 역이었던 알리사 밀라노와 싸우다가 밀려났다는 소문만이 무성했다. 이후에도 그녀는 <노스 쇼어> <나이트라이트> 등 주로 TV물에서 활동했지만 그렇게 잘되고 있지는 않다. 다음은 그녀가 리얼리티 쇼를 준비하며 한 말이다. “나는 15년 동안 물의를 빚어왔다. 하지만 내가 뭘 어쨌다고? 나는 집에서 나가지도 않고, 비디오 게임기를 남자친구 삼아 지낸다. 데이트도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여기에 무슨 논쟁거리가 있단 말인가. 30대가 되면 인생은 변하게 마련이다. 사람은 성장한다.”
만약에… 도허티는 주로 싸우다가 경력을 망쳤고, 한참 나이 어린 여배우들과도 싸움질을 해댔다. 명상이나 요가를 하면 마음이 고요해진다던데….
제임스 딘을 닮은 외모, 축복 아닌 한계
<베벌리힐스 90210>의 반항아 딜런이었던 루크 페리
한때 그는… 모두들 제임스 딘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주름진 이마와 버림받은 것처럼 외로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던 루크 페리는 <베벌리힐스 90210>의 반항아 딜런 맥케이로 소녀들이 로맨틱하게 꿈꾸는 연인이 되었고, 오랜 기다림 끝에 스타가 되었다. 200번이 넘는 오디션에서 낙방을 거듭한 다음이었다. 그러나 <베벌리힐스 90210>은 지나치게 오래 방영됐다. 10년에 걸친 시리즈가 끝난 다음에도 페리는 툭하면 “브렌다를 버리고 켈리를 택한 이유가 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시달렸다. 극장판 <버피와 뱀파이어>에도 출연했고 더 많은 영화를 기대하며 <제5원소>에도 작은 역으로 출연했지만 페리는 언제까지나 그저 딜런이었다. 그가 다시 주목받은 것은 웨스트 베벌리힐스 고등학교 친구들을 떠나보내고 TV시리즈 <제레미아> <윈드폴> 등에 출연하던 무렵이었다. 그러나 제임스 딘을 너무도 닮은 외모와 터프하지만 연약했던 딜런의 그림자는 그를 여전히 가두어두고 있는 듯하다. 청춘이란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페리는 절절하게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결혼하고 아이 둘을 낳은 다음 이혼한 페리는 <베벌리힐스 90210>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지내고 있다. 소도시 출신인 그는 <윈드폴>에서 지극히 평범한 남자를 연기하며 만족을 표했고, 연극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 출연하여 배우로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기도 했다. 눈에 띄지는 않아도 꾸준하게 활동해온 페리는 2007년 TV시리즈 <신시내티에서 온 존>에 레베카 드모네이와 루이스 구즈만 등과 함께 출연했다. 현재 미라 소르비노의 아버지인 폴 소르비노가 출연하는 영화 <리얼 캐치>에 캐스팅된 상태다.
만약에… 페리는 제임스 딘을 닮았지만 그가 사는 시대엔 더이상 제임스 딘의 영화가 존재하지 않는다. 20, 30년 전에 태어났더라면 그도 자신에게 맞는, 반항적인 외모를 볼거리 이상으로 사용해주는, 그런 영화를 만났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