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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 영화는 관객의 해석을 통해 완성된다
김민경 사진 서지형(스틸기사) 2007-03-19

회고전 위해 방한한 빔 벤더스 감독

빔 벤더스 감독이 3월15일부터 14일간 열리는 회고전을 위해 방한했다. 1977년 한국의 독일문화원에서 생애 처음으로 회고전 및 관객과의 대화를 가졌기에 벤더스 감독의 한국에 대한 감정은 각별하다. 여정을 풀자마자 대형 포맷 카메라를 들고 나선 감독은 마치 인상주의 화가처럼 아침, 낮, 해질녘에 걸쳐 서울의 특정 장소를 찍고 있다고 했다. 세계를 여행하며 <ONCE> 등의 사진집을 출간한 바 있는 감독이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어떤 감상을 포착할지 궁금해진다.

-당신이 처음 한국을 방문한 이래 벌써 30년이 흘렀다. =그동안 종종 한국을 찾았지만 지금 서울은 굉장히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다른 나라의 여느 대도시와 비슷한 인상이다.

-서울에서 벌써 사진을 많이 찍었다고 들었는데 서울에 대한 감상은 어떤가. =도시도 여성과 같다.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잡았다고 생각하면 손아귀를 빠져나간다(evasive). 서울은 아주 신비스러운 여성이다.

-이번 회고전에서 관객과의 대화가 다섯번이나 마련돼 있다. =언론과의 인터뷰도 좋아하지만 나 자신을 위해서는 관객과의 소통이 더 중요하다. 영화는 관객의 해석을 거쳐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문화, 다른 도시의 관객의 눈을 거친다면 그 영화는 전혀 다른 영화가 될 수도 있다. 영화를 만든 다음에 다른 나라에 여행을 많이 하는 이유는 그래서다.

-여행과 길이라는 당신의 테마는 근작 <돈 컴 노킹>에도 이어진다. 당신에게 여행이란 어떤 의미인가. =내게 여행이란 특권 같은 것이다. 축복받은 마음 상태다. 길이란 어딘가에 도착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다. 대부분의 내 캐릭터들은 길 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돈 컴 노킹>의 늙은 카우보이는 내 작품에서 유일하게 길의 종착점에 도달하는 사람이다. 그는 서부가 자유를 준다는 거짓된 신화의 희생자로, 내 영화에서 가장 비극적이면서도 가장 희극적인, 아이러닉한 인물이다.

-이번 특별전에 나온 영화 중 당신이 리메이크하고 싶은 영화가 있는가. =없다. 나는 모든 작품들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 그리고 리메이크란 불가능하다. 그 당시 영화 속의 각 요소들이 만들어낸 화학작용을 지금 다시 포착할 수는 없다. 과거의 순수를 다시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음 영화는 어떤 작품인지 소개해줄 수 있나. =러브스토리를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말 이탈리아에서 촬영을 시작할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찍는 건 처음이다.

-오늘 인터뷰를 마치고 자유시간을 어떻게 보낼 예정인가. =물론 사진을 찍는다. 어디로 갈진 이미 정했다.

-그 비밀의 장소를 살짝 가르쳐줄 수 없나. =절대 말하지 않겠다. 사진작가에게 그건 매우 사적인 시간이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으러 가는 건 마치 숨겨둔 애인을 만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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