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n Brocovich 2000년,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줄리아 로버츠 <HBO> 10월14일(일) 오후 6시
누가 이 여인을 모르나요? <에린 브로코비치>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 사회적으로, 가정적으로 별다른 행운을 누리지 못하는 여성이 점차 자신의 삶을 자각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이 영화는 법적인 소송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이든,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라고 말한바 있다. 영화에서 에린 브로코비치는 두번 이혼하고 세 아이를 둔 처지다. 교통사고를 당한 그녀는 변호사 에드의 사무실에 찾아가 일자리를 달라고 막무가내로 버틴다. 하지만 사무실 직원들에게 거친 말씨와 야한 옷차림으로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다. 서류정리를 하던 에린은 우연하게 엄청난 사건을 접하게 된다. 어느 대기업 공장에서 유출되는 유독 물질로 마을 사람들이 병들게 가고 있었던 것.
<에린 브로코비치>는 스티븐 소더버그 영화 중 가장 ‘평이하다’고 할 만하다. 실존인물을 모델로 하는 이 영화는 다큐적인 스타일을 사용하면서, 때로는 법정드라마로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에린 브로코비치>는 스티븐 소더버그가 할리우드적인 시스템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입증하기 위해서 만든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그는 기존의 스타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면서, 스타들을 위해 기꺼이 새로운 ‘이미지 메이킹’까지 해줄 수 있으며 매끈하기 이를 데 없는 장르물을 만들 소질이 있음을 증명하고 있으니까. 다분히 휴먼드라마적인 결말까지 가미하면서 소더버그 감독은 <에린 브로코비치>로 상업성을 겸비한 연출자임을 보여준다. 때로는 지나치게 자기과시적인 작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기도 하지만. 주연을 맡은 줄리아 로버츠는 자신이 로맨틱코미디 외의 장르에서도 ‘연기’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