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y Love> 허밍 어반 스테레오/ 파스텔뮤직 발매
한국에서 일렉트로니카+하우스+라운지+보사노바+애시드(=한 단어로는 정리 불가능한 장르다. 매번 길게 쓸 수 없으니 편의상 첫자들을 따서 ‘일하라보애’라고 하겠다)를 한다는 건 이중의 눈초리를 받는다는 뜻과 비슷하다. 럭셔리함에 대한 동경과 고까움이 대중 사이에 공존하다보니 그야말로 럭셔리함이 스타일이 되는 일하라보애 장르는 고까움 진영으로부터 ‘그것도 음악이냐’로, 동경 진영으로부터는 ‘그것도 스타일이고 럭셔리냐’로 지탄받는 것이다. (매우 거친 예이겠지만) 그래서 클래지콰이는 코리안 인디밴드의 자유분방함, 식으로 컨셉을 수정해 대중화에 성공했고, 음악적으로 순수한 캐스커는 음악성 자체에 매진해 한국에서 나올 수 있는 일하라보애로서는 최고의 퀄리티라 할 만한 2집을 내놓았다(그래서 유럽식의 탱고풍 라운지를 자기 식으로 완전히 소화 못한 불안정한 3집이 안타깝다).
정리하자면 클래지콰이나 캐스커는 럭셔리함의 목표를 일정 부분 포기했을 때 일하라보애 밴드로서 한국에서 불편함없이 받아들여졌다. 허밍 어반 스테레오는 럭셔리함과 스타일리시함의 목표를 버린 적이 없다. 그 점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했기 때문에, 2집에서 스타일리시함과 럭셔리함을 과도하게 추구하다 핀트가 어긋나버린 것도 수긍이 간다. 3집은 데뷔앨범의 멜로딕한 센스도 되찾으며 신선한 럭셔리 스타일을 깊이 고민한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Space Loves Disco>나 <Erotic Actress>는 유사 밥 싱클러나 몬도 그로소라는 말을 피하기 어렵겠고 앨범 군데군데 사운드 믹싱의 빈구석들이 찾아지기는 하지만, 구식 게임기의 8비트 사운드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Hawaiian Couple ymck mix ver.>, 사운드를 비주얼의 신호처럼 인지하게 만드는 <Waltz Sofa #3> 등은 한국 바깥에서도 그 감각을 인정받을 만한 넘버다. 일하라보애는 작가주의적인 아우라없이 스타일리시함만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음악이 될 수 있다. 캐스커의 2집 같은 음반의 가능성을 제한한다기보다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3집 같은 길이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