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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무익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최선이다
김현정 2007-02-18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인터뷰

-당신이 이오지마 전투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오지마 전투는 해병대의 역사에서도 가장 큰 전쟁이었지만 제대로 거론된 적이 없었다. 사진뿐이었다. 그러나 원작에 끌린 이유는 <아버지의 깃발>이 전쟁에 관한 책이 아니라 성조기를 세운 군인들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가족에 관한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궁금했었다. 내가 조사를 하면서 만난 참전용사들은 최전선에서 고난을 겪었지만 거의 침묵을 지켜왔다. 만일 누군가가 전쟁터에서 자신이 겪은 일에 관해 떠벌린다면 십중팔구 그는 후방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했을 것이다. (웃음) 조 로젠탈이 찍은 사진은 이오지마 전투가 시작되고 나서 4, 5일 뒤에 찍은 것이었는데, 그때라면 전투의 1/4이 채 진행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나는 진짜 전투가 궁금했다.

-제임스 브래들리의 원작 <아버지의 깃발>은 무척 방대한 이야기다. 어떻게 시나리오로 옮겼는가. =그 책은 각색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작가인 폴 해기스는 회의 때마다 “내가 성공할 확률은 11%밖에 되지 않는다”고 농담을 하곤 했다. 그러면 나는 “걱정하지 말고 밀고 나가라”고 말했고. 문제는 그 사건이 군인들에게 끼친 영향과 그들의 회상을 다루는 일이었다. 제임스 브래들리가 아버지에 관해 알게 되었던 1994년으로 갔다가 이오지마의 전쟁터로 돌아가야 했고, 다시 전쟁자금 모집을 위한 홍보 여행으로 건너뛰어야 했다. 나는 플래시백을 <버드>에서만 사용해봤기 때문에 그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브래들리는 그의 책을 조사하듯, 마치 탐정 이야기를 쓰듯 썼다. 그러므로 우리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단지 홍보 여행만을 다룰 것인가 아니면 전쟁도 다룰 것인가?” 그러나 홍보 여행과 군인들의 감정이 가지는 복잡함을 보여주기 위해선 전쟁이 있어야만 했다. 나는 아이라가 기차 안에서 하는 말이 그 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여기에 있어선 안 돼.” 그 장면엔 당신을 과거로 인도하는 수많은 작은 열쇠들 중 하나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의 깃발>을 보며 이라크 전쟁을 떠올린다. 당신은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시대가 다르다고 해도 모든 전쟁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당신이 어떤 나이에 이른다면 전쟁은 역사의 시작부터 존재해왔고 종말까지 존재하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모든 전쟁은 인간성의 낭비이고 삶의 낭비다. 수많은 젊은이들은 적이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서로를 죽이고자 한다. 그것은 아이러니다. 다르게 만났더라면 그들은 서로에게 다정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나는 전쟁이란 무익하기만 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정도가 최선이라고 믿는다. 이라크와 현대의 전쟁에 관해서 말하자면, 그것은 이데올로기와 종교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리석은 전쟁이다. 당신의 신이 나은가, 나의 신이 나은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므로 전쟁은 날이 갈수록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다. 그에 비하면 제2차 세계대전은 건조하고 평범했다고 할 수 있다.

-<아버지의 깃발>은 결국 전쟁의 잔혹함에 관한 영화이지만, 인식과 실재의 차이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당신은 그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았는가. =군인들의 홍보 여행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시대가 시작된 순간이기도 했다. 일종의, 잘못된 명성 같은 것 말이다. 요즈음 미국에선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 지난밤에는 퇴근길에 불붙은 자동차에 갇혀 있던 두 사람을 구한 소방관에 관한 뉴스가 나왔고, 심지어 상속녀라는 이유만으로 슈퍼스타가 되기도 한다. (웃음) 그 무렵 미국 정부는 군인들을 데려와서 록스타와 비슷한 위치에 올려놓았지만, 그들은 단지 자기 할 일을 했을 뿐이고,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들은 이오지마의 해변에서 수많은 친구들을 잃었다. 세명의 군인은 자신들이 대통령과 와인을 마시고 만찬을 가질 만큼 가치있는 일을 했다고 느끼지 않았다.

-관객이 <아버지의 깃발>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를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하나. =나는 일본 관객이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를 어떻게 보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일본 역사는 전쟁에 관해 진정으로 다루지 않고, 학교에서도 가르치지 않는다.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에 출연한 젊은 배우들은 대부분이 이오지마 전투에 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러한 역사는 알려져야만 한다. 일본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해왔다는 사실 말이다. 그리고 두 영화를 향한 관객의 반응이 어떻든 나는 일단 내 일을 제대로 해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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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는 워너브러더스가 제공한 프로모션 자료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등에 실린 인터뷰를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