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공연
66m 뫼비우스의 띠, 순환하는 역사의 대서사시

스테판 칼루자 사진전 <립벤트롭(Ribbentrop)씨의 응접실> 2월8일(목)∼28일(수)/박여숙 화랑/02-549-7574

독일의 포토리얼리즘 작가 스테판 칼루자(Stephan Kaluza, 1964~)의 작품전이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칼루자는 포토리얼리즘 회화 작업과 사진 프로젝트 작업을 통해 최근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엔 그를 일약 스타작가로 인식시켜준 대표작 <립벤트롭(Ribbentrop)씨의 응접실>을 만날 수 있다는 데 더욱 설레게 한다. 이 작품은 이미 지난해 11월 쾰른아트페어(Art Cologne 2006)에서 비평가와 큐레이터들에게 ‘가장 주목할 만한 설치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전시부제이기도 한 <립벤트롭(Ribbentrop)씨의 응접실>은 1933년 1월 초 나치당의 임원이었던 립벤트롭 저택에서의 음모적 모임을 재현하고 있다. 히틀러와 당시 독일 대통령 힌덴부르크의 아들인 오스카 폰 힌덴부르크 등 모임의 참가자들에 의해 독일 나치주의는 시작된다. 칼루자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한정된 공간에서 인물들의 작위적인 연출을 통해 묘사한다. 또한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는 역사적 사건을 직설화법으로 조망한다. 그의 지극히 연극적인 표현방식은 너무나 직설적이어서 한편의 퍼포먼스를 방금 관람한 듯 생동감을 자아낸다.

이번에 선보이는 <립벤트롭씨의 응접실>은 26부분(각 24×250cm)이 서로 간격없이 연결되어 총 길이가 무려 66m에 이르는 대작이다. 사방 벽을 따라 부착된 사진작품을 배경으로 당시의 응접실 상황을 연상시킬 만한 앤티크 가구를 배치해 더욱 실제감을 더한다. 한편의 대서사시를 연상시키는 작품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보는 이도 자연스럽게 그 역사적 파노라마의 주인공이 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칼루자의 작품에 대한 첫인상은 매우 신선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체험적 공간에서의 포토몽타주를 통해 연출된 그의 작품은 유화일 경우엔 보통 2m 내외의 대작이 많다. 인간 이미지를 구상화법으로 표현한 작품의 화면 위에 다시 불투명 아크릴 혹은 유리판을 씌워 완성한다. 이는 평소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문제, 즉 작품의 내용보다는 새로운 표현 형식에 관심을 두고 있는 그의 화법이기도 하다. 이러한 작품은 주로 독일의 대표화랑인 갤러리 보스나 슐츠 등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이런 칼루자는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갖춘 ‘의식있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또한 현대사진을 3차원 공간에 끌어들인 설치작업을 통해 관람객에게 ‘의도된 가상공간의 체험’을 제공해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엔 지난 2004년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 <평화선언: 세계 100인 미술가>에 출품하면서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미국 등에서 25회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